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임몽택 미네르바 코칭앤컨설팅 대표, 전 광주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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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 임몽택 미네르바 코칭앤컨설팅 대표, 전 광주대 경영학과 교수
2025년 07월 21일(월) 00:20
하이테크 시대. 기술이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공장의 생산관리는 말할 것도 없고 고객의 마음을 관리하는 알고리즘조차 자동화되었다. 정보는 디지털 형태로 전환되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지식에 대한 즉각적인 접근, 원활한 글로벌 연결을 가능케 하였고, AI는 단순히 작업을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습, 진단, 예측은 물론 인간 고유의 기능으로 여겨졌던 창조까지 넘보는 시대가 되었다.

이렇듯 하이테크는 삶의 거의 모든 영역에 빠르게 통합되어 우리가 일하고, 생활하고, 서로 관계를 맺는 방식을 재편하면서 속도, 편의성, 접근성 등에서 엄청난 이점을 가져다주었다.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첨단 기술은 직장인을 성과 지표를 향해 끊임없이 몰아붙였다. 작업자는 자동화로 인해 역할이 바뀌면서 일의 의미와 동기를 상실했으며, 커뮤니케이션이 주로 이메일, 메신저, SNS, 모바일 앱 등 디지털 채널을 통해 이루어지면서 많은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누구와도 친밀감을 느끼지 못하는 고립과 단절을 경험해야 했다, 급기야 온라인상에서 시도 때도 없이 올라오는 알림과 메신저, 그리고 가상 상호작용은 스트레스, 무감각, 정신적 과부하로 이어지면서 극심한 디지털 피로를 가져왔다. 더욱 심각한 것은 AI와 알고리즘이 때때로 맥락, 감정, 윤리의식도 없이 행동해 불공정하거나 비인간적 결과를 초래하여도 사람들은 그것을 비판 없이 수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과 위주의 패러다임에 익숙한 우리 사회는 하이테크를 신중한 검토나 세심한 고려도 없이 단거리 경주하듯 받아들였고, 그 부작용 역시 컸다. 직장인들은 첨단 기술에 대한 압박감,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에 따른 고립과 단절, 자동화에 따른 소외, 일에 대한 의미와 동기 상실, 끝없이 지속되는 실적에 대한 압박, 디지털 피로 등으로 번 아웃이 되어 수레바퀴 밑에 깔린 존재처럼 살아가고 있다. 누가, 어떻게 그들의 지친 영혼을 위로해야 하는가?

하이터치란 기술이 지배하는 환경에서 개인적인 연결, 공감, 신뢰, 정서적 참여를 강조하는 인간 중심의 접근 방식이다. 하이테크가 속도, 효율성, 자동화에 중점을 둔다면 하이터치는 적극적 경청, 관계 구축, 배려와 이해, 의미 있는 경험 제공 등 인간적인 요소에 중점을 둔다.

하이터치 시대는 ‘기술’ 중심의 세상이 아니라 ‘인간’ 중심의 세상이다. 성과보다 존재에 더 의미를 두고, 사람들이 진정으로 갈망하는 것은 배려, 신뢰, 진정한 관심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이터치 시대에는 감성이 가치가 된다.

고객은 진정성 있고 피드백이 빠른 브랜드를 소중히 여기며 직원들은 자신이 인정받고 지지받는다고 느끼는 곳에 오랫동안 머문다. 이 시대에는 무엇을 생산하고, 파는 것보다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가 더 중요하다.

또한 하이터치 시대는 ‘결과’ 중심이 아니라 ‘관계’ 중심이다. 관계는 업무의 부산물이 아니라 업무 그 자체이며 신뢰, 경청, 배려가 전략적 자산이 된다. 하이터치 시대는 기술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에 대응하는 것이다. 기계가 더 효율적이고 더 지능적으로 발전할수록 작업자는 공감, 신뢰, 따뜻함 등 인간만이 줄 수 있는 것을 갈망하기 때문이다.

“사냥꾼들은 의기양양하게 돌아왔다. 집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가서 온종일 달린 끝에 모든 부족원을 배불리 먹일 만큼 큰 사슴 한 마리를 잡았다. 그들이 돌아오자 부족원들은 달려 나가 환호하고 축제에 쓰일 사슴요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부족원 모두 배가 고팠고 먹기만을 고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누가 먼저 먹어야 할까? “보기 드문 지성을 가진 선지자”라 불리는 사이먼 시넥은 자신의 저서 ‘리더 디퍼런스’에서 “진정한 리더는 마지막에 먹는다.”고 했다.

마지막에 먹는 사람. 하이터치 리더다. 하이터치 리더는 공감과 인간적인 유대감을 바탕으로 성과만큼이나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리더이다. 그는 더 깊이 경청하고, 더 깊이 성찰해, 부하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리고 배려한다. 지금은 하이터치 리더가 절실한 시대다. 기술이 모든 것을 밝혀줄 수는 있지만 위로하고, 연결하고, 공감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따뜻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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