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문화공간, 도시의 미래가 되다] 개관 10년 ACC, ‘글로벌 문화도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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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문화공간, 도시의 미래가 되다] 개관 10년 ACC, ‘글로벌 문화도시’ 길을 묻다
[ (1) 프롤로그]
2015년 옛 전남도청 부지에 개관
문화창조원·예술극장 등 5개 시설
지난해 320만 방문…누적 1900만명
아시아 문화 예술 허브 도약 긍정 평가 속
킬러콘텐츠·도시 위상·관광객 유입 ‘과제’
국내외 10개 도시 벤치마킹 실질 대안 모색
2025년 06월 26일(목) 20:10
영국 런던 바비칸 아트센터 로비.
회색빛 콘크리트 건물로 들어서자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로비가 이방인을 맞았다. 세계적 명성에 비해 ‘보잘 것 없는’ 외관과 달리 내부는 아늑했다. 평일 대낮인데도 건물 1층의 미술관과 자료실은 수많은 런더너들로 활기가 넘쳤다. 자료실의 컴퓨터 앞에 앉은 한 젊은이는 브라운백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먹으며 클래식 영상을 즐기고 있었다. 시선을 돌리자 로비 한켠에서 담소를 나누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10년 전, 공식 개관을 앞둔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의 벤치마킹을 위해 들른 영국 런던의 바비칸 아트센터(Barbican Centre)는 ‘도심 속 문화 오아시스’였다.

지난 1982년 문을 연 바비칸 아트센터는 매년 전 세계에서 200만 여명이 다녀가는 글로벌 복합문화공간이다. 2차 세계대전의 상흔으로 침체된 바비칸지역을 되살리기 위해 20년에 걸쳐 추진한 ‘바비칸 복합지구(Barbican Complex) 프로젝트’의 산물이다. 세계적인 도심재생의 성공사례로 손꼽힐 만큼 도시의 분위기가 180도 바뀌었다.

ACC의 ‘이음지음’ 전시 작품 중 셀레스트 부르시에 무주노 작가의 ‘클리나멘’.
그도 그럴것이 바비칸 아트센터는 공연장, 영화관, 자료실, 미술관 등 10개의 부속 시설을 거느린 복합문화공간이다. 클래식 애호가들에게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LSO)와 BBC 오케스트라의 상주공연장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한해 평균 퀄리티 높은 전시와 공연 등 4000여 개의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다.

‘한 지붕 아래서 모든 예술’을 모토로 내건 바비칸 아트센터가 개관 40여 년 만에 영국의 문화허브로 자리잡은 데에는 수준높은 콘텐츠와 시민들의 문화마인드를 끌어 올리는 문화예술교육이 있다. 주거와 문화를 접목시킨 복합단지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주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 것이다.

바비칸 아트센터(이하 바비칸)는 ACC와 비슷한 점이 많다. ACC가 옛 전남도청 이전으로 공동화된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진행된 회심의 카드처럼, 바비칸 역시 수십년간 방치된 도심을 재건하기 위해 세상에 나왔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공연장, 전시장, 도서관, 어린이 시설 등 ‘장르별’ 시설을 거느린 문화발전소라는 점이다.

사실, 국내에도 도시의 이미지를 바꾼 소문난 복합문화공간들이 많다. 서울 예술의 전당,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대구 오페라하우스, 부산 F1963, 청주 문화제조창C, 고양아람누리, 성남아트센터 등이 대표적인 예다.

고양 아람누리 공연장.
그중에서도 고양 아람누리는 단연 돋보인다. ‘고양’이라는 지명 보다 ‘일산’이라는 구 (區)이름이 더 유명했지만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콜드 플레이, 칸예 웨스트, BTS, 지드래곤 등 세계 최정상의 팝아티스트를 비롯해 조성진, 백건우, 카타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 클래식 연주자들까지 앞다투어 찾고 있다. 특히 4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고양종합운동장은 K-POP은 물론 록과 힙합, 일렉트로닉 장르 등 공연기획자들의 러브콜이 이어져 글로벌 공연예술도시로 급부상하고 있다.

고양시가 ‘공연의 메카’로 자리잡은 데에는 지난 2007년 개관한 고양아람누리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그때까지만 해도 문화불모지나 다름없던 고양시는 서울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에 뒤지지 않는 세계적 수준의 장르별(오페라, 클래식, 연극) 전문공연장을 건립해 전국 각지의 ‘원정관객’들을 불러 들였다. 당시 오페라 전용극장과 클래식 전용홀을 갖춘 공연장은 서울 예술의 전당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총 건축비 1500억을 들여 지하 3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진 아람누리는 오페라 전용극장인 아람극장(1887석), 클래식 전용극장인 아람음악당(1449석), 가변형의 디지털 실험극장인 새라새극장(281∼300석), 노루목 야외극장(1000석), 아람미술관, 카페 및 레스토랑 등을 거느려 공연계를 놀라게 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 전경.
올해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사업의 핵심시설인 ACC가 광주 금남로의 옛 전남도청 부지에 개관한지 1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지난 2015년 11월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국가기관으로 개관한 ACC는 융·복합 콘텐츠 창·제작을 비롯해 문화예술가치를 확산하는 발신지로 면모를 갖춰가고 있다. 이는 지난 10년간 ACC의 누적 방문객 수 1900만 여명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2024년에는 개관 이래 최초로 한 해 방문객이 32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얻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문화 예술 허브로 도약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더불어 대표 브랜드 및 킬러 콘텐츠, 미래 관객 교육프로그램, 지역문화예술과의 협업 등이 미흡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국책사업으로 수조원의 예산이 투입된 공공시설인 만큼 도시 위상과 시민들의 문화향유 확대, 관광객 유치 등 설립취지를 살릴 수 있는 다각적인 활용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문화정보원, 민주평화교류원, 어린이문화원 등 5개 시설로 구성된 ACC는 개관 당시 광주 전역에 역동적인 예술바이러스를 전파해 도시의 위상과 경쟁력을 국제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문화발전소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문화도시로서의 경쟁력 강화, 시민들의 문화향유 확대, 관광객 유입 등 ACC의 정체성과 설립취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본 기획은 복합문화공간 건립를 통해 도시의 브랜드 가치와 역량을 높인 국내 4개 도시와 독일, 오스트리아 등 10개 도시들을 심층취재해 ACC의 제2도약에 필요한 방향성 및 실질적인 대안들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들 국내외 복합문화공간들은 도심 공동화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ACC를 건립한 광주의 배경과 유사한 공통점이 있다. 특히 차별화된 콘텐츠와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는 점에서 개관 10주년을 맞은 ACC와 21세기 글로벌 문화도시를 꿈꾸는 광주에게 의미있는 여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복합문화공간은 단순히 전시나 콘서트 등을 즐기는 하드웨어가 아니다. ‘잘 가꾼’ 문화발전소는 시민들의 일상과 도시의 미래를 풍요롭게 한다.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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