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의 화면 넘어 ‘상상의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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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의 화면 넘어 ‘상상의 화면’
김일권 작가 서울 자하미술관서 전시
오는 30일까지 ‘브레이크스루 더 네이처’
2025년 06월 08일(일) 15:25
‘브레이크스루 더 네이처’.
김일권 작가(전남대 미대 교수)는 지난해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광주 센서리엄: 미디어아트’전에서 피폐한 자연이 발하는 ‘아우성’을 기호화한 작품을 선보였다. 당시 그는 “소리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연 풍경을 관심의 대상으로 만든다”며 “보는 이의 고민을 가중하면서 흥미로운 미학적 대상으로 변화시킨다”고 밝힌 바 있다.

김 작가는 지금까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색해온 작품을 선보였다. 그에게 자연은 아름다운 대상 그 자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연이 내재하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 다시 말해 감수성을 지닌 생명체로 상정해 관람객들로 하여금 사유와 경험을 하게 한다.

김 작가가 순천만을 비롯한 자연을 모티브로 서울에서 전시를 열고 있다.

지난 8일 개막해 오는 30일까지 종로구 부암동 자하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전시 주제는 ‘브레이크스루 더 네이처’(Breakthrough the nature). 브레이크스루가 ‘획기적 전환’, ‘돌파구’ 등의 뜻을 지닌 것처럼, 이번 전시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을 새롭게 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순천에서 나고 자라며 순천만의 감수성을 체화한 작가에게 자연은 물리적 대상이 아닌 심미적이면서도 가변적인 시공간으로 확대된다.

김 작가 회화의 주요 특징 가운데 하나는 수평적 구도다. “영화의 스크린처럼 김일권의 회화는 화면 안에 포함된 부분만큼이나 보여지지 않는 화면 밖의 프레임을 넘어선 세계를 포용한다”는 고동연 미술평론가의 평처럼, 일견 화면은 역동적인 스크린으로 다가온다.

대상을 단순화해 화면에 부려놓은 풍경은 단아한 섬 같기도 거대한 배 같기도 하다. 더러는 순천만이나 다도해의 풍경이 화폭에서 숨을 쉬고 있는 모습으로 다가온다.

관람객은 자연스럽게 풍경 너머의 또 다른 세상, 즉 ‘상상의 화면’을 떠올릴 수 있겠다. 영화적 기법으로 말한다면 프레임 바깥세상을 기호화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발한다.

이처럼 그의 그림은 보이는 자연과 보이지 않는 자연을 포괄함으로써 보는 이에게 자연에 대한 고정화된 시선을 변경할 것을 권유한다. 한편으로 화폭이 견지하는 수평의 시선은 자연과의 눈맞춤, 관람객과의 눈맞춤, 나아가 작가의 대상에 대한 겸허한 시선과도 연계된다.

김 작가는 “지금까지 인간의 탐욕과 욕심은 자연 훼손이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했다”며 “전시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저마다 자연에로의 심미적인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한편 김 작가는 미국 뉴욕에서 유학한 뒤 서강대 영상대학원에서 예술공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전남대 교수로 재직 중이며 강원트리에날레 주제전 등 다수 단체전과 프린트베이커리 기획전 등 다수 개인전을 개최했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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