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옷에서 찾은 가치…2030세대, 빈티지로 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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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옷에서 찾은 가치…2030세대, 빈티지로 향하다
환경 보호·브랜드 가치 동시에…MZ세대 중고 의류 시장 주목
특색 없는 지역 빈티지숍, 문화적 정체성 고민 필요해
2025년 05월 18일(일) 10:15
광주 충장로 골목에 위치한 빈티지 가게 내부 모습
2030세대를 중심으로 ‘뉴트로’ 열풍이 거세다. 트렌드를 빠르게 소비하고 새로운 것을 끊임없이 찾는 요즘 세대에게 과거를 색다르게 즐기는 선택지다. ‘뉴트로’는 말 그대로 ‘새로움(New)’과 ‘복고(Retro)’의 결합으로, 익숙하면서도 낯선 옛 감성을 오늘의 감각으로 풀어낸 문화다.

이처럼 ‘새로움’과 ‘복고’를 동시에 품은 공간이 있다. 바로 빈티지숍이다. 빈티지숍은 환경 보호·가치 소비·스타일 트렌드까지 두루 갖춘 공간으로 2030세대에게 매력적인 선택지이다.

◇빈티지숍, 버려진 옷에서 시작된 ‘가치 있는 소비’

버려질 수 있는 옷을 구제해 다시 판매하는 빈티지숍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공간이다. 빈티지는 ‘한 시대의 예술적 탁월함을 새롭게 받아들이는 것’을 뜻한다. 대상이 무엇이든, 옛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빈티지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포도 수확을 의미하는 ‘빈데미아(vindemia)’에서 유래했다. 시간이 지나며 디자인·스타일·패션 등과 결합해 ‘오래되어 더 가치 있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확장됐다.

광주 동명동에서 ‘빈티지긱’을 운영하는 박효운 씨(23)는 이 ‘오래된 것의 가치’에 끌려 빈티지숍을 창업했다. 박 씨는 “10년 전의 스파오나 에잇세컨즈 옷들은 시간이 지나도 크게 주목받지 않지만 1990년대 폴로·랄프로렌·리바이스 같은 브랜드는 그 시대의 감성을 지금은 흉내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옷들은 수작업으로 제작된 경우가 많아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가치가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광주 동구에 위치한 ‘빈티지긱’ 매장 내부 모습
◇빈티지, 폐기물의 반대편

국내에서 매년 버려지는 옷의 양은 빠르게 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8년 6만 6000t이었던 의류 폐기물은 2022년 11만t으로 증가했고 지난해 5월까지도 10만6000t이 넘는 옷이 버려졌다. 패션 산업은 음식, 건설업계에 이어 세 번째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분야다. 충장로 옛 골목에서 ‘굿투고빈티지’를 운영 중인 정유지(45)씨는 버려지는 옷들을 보며 빈티지숍을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상태가 멀쩡한 옷들이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향하는 현실이 안타까워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직접 장사를 시작하고 나서야 그 실상이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걸 체감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전남대학교 후문에서 빈티지숍 ‘밀즈’를 운영하는 장호선(35)씨는 빈티지 옷의 순환 가치를 짚었다.

그는 “유행은 완전히 똑같지 않지만 돌고 돈다”며 “어떤 나라에서는 더 이상 의미 없고 가치 없어진 옷이 다른 곳에서는 새롭게 쓰이고 또 다시 사랑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전 세계를 돌며 순환하는 빈티지 옷은 불필요한 폐기를 줄이고 자원의 낭비를 막는 데 기여한다.

장 씨는 또 “지금 안 사면 누군가에게 넘어가서 다시는 구할 수 없는 옷이 되기도 한다”며 빈티지 특유의 ‘라스트피스’ 감성을 강조했다.

‘스파’브랜드와 ‘빈티지숍’이 공존하는 충장로 거리의 모습
◇2030에게 매력적인 ‘빈티지’의 가치

빈티지 의류의 ‘리사이클링’ 가치는 2030세대의 소비 인식 변화와 맞닿아 있다. 지난해 3월 국제 학술지 ‘Social Indicators’에 따르면 Z세대는 Y세대보다 중고 의류 구매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한 가격 경쟁력보다는 환경 보호와 자원 순환에 대한 관심이 구매로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고가의 브랜드 의류를 비교적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점도 빈티지숍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평소 빈티지숍을 자주 찾는 김현송(23) 씨는 “폴로나 메종마르지엘라 같은 브랜드 옷을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어서 좋다”며 “흔치 않은 디자인이나 유행을 반영한 옷을 찾는 재미도 있어 빈티지숍은 물론 후르츠패밀리, 에이클로젯 같은 중고 거래 앱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다만 광주의 빈티지숍은 아직 뚜렷한 개성과 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충장로 일대에 남아 있는 빈티지숍은 세 곳 정도로, 매장 간의 콘셉트나 판매 의류의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의견이다.

매주 중고 거래 플랫폼을 통해 빈티지 의류를 구매한다는 정영서(25) 씨는 “서울이나 경기 고양시에는 빈티지 거리가 조성돼 있어 옷을 둘러보고 구매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며 “광주도 2030세대가 많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빈티지 문화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글·사진 = 정경선 인턴기자 redvelvet27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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