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소비를 늘리려면 - 옥영석 농협식품 전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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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포천과 철원 한탄강 유역을 돌아볼 기회가 있었다. 혈기왕성하던 20대 중반 이 산 저 산 누비고 다녔던 군 생활을 하던 곳이라, 갈 때마다 그리움과 아쉬움이 교차했다. 들판엔 벌써 벼를 벤지 오래라, 멀리서 보면 벼 밑동에서 난 싹이, 마치 엊그제 모내기를 마친 논으로 보인다. 철없는 아이는 모내기 다시 할 것 없이 그대로 두었다가 벼가 익으면 수확할 수도 있겠다는데 이럴 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다 아이들과 길을 나서 다니다 보면 진주나 삼척, 당진이 어디 있는지 모른다고 해 황당하기 일쑤였는데, 요즘 교과과정엔 지리시간이 따로 없다는 걸 알고서야 아차 싶었다. 교육이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 내가 직접 데리고 다니지 못한다면 국내지도라도 펼쳐놓고 여기가 진주, 저 곳이 당진이라고 짚어주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쌀도 마찬가지리라. 큰 애 대학 신입생때 농활을 간다고 해서 대견해 했고, 천원의 아침밥 먹기가 좋은 정책이라고 해 애비 마음 좀 알아주는가 싶더니, 정작 졸업해서는 정오가 다 되도록 잠만 자기 일쑤다. 일부러 깨워 아침 먹고 자라고 해보지만 잠에 취한 깔깔한 혀에 쌀밥이 들어갈 리 없다.
쌀소비가 줄어 걱정거리가 된지 오래다. 통계청의 ‘2023년 양곡소비량조사’에 의하면 2023년 국민 1인당 쌀소비량은 56.4kg으로 1993년 110.2kg에 비해 절반수준으로 줄었다. 반면 육류소비량은 2000년 31.3kg 이었으나 지난해엔 쌀소비량보다 많은 60.6kg으로 증가했다. 쌀과 잡곡 등을 포함하는 1인당 양곡소비량은 10년 전인 2014년 73.8kg 인데 비해, 지난해에는 64.6kg으로 줄고 있다. 그러나 밀가루, 잡곡, 두류와 서류를 포함한 기타양곡 소비량은 10년 전 8.7kg, 2023년엔 8.2kg이니 의아스럽게도 500g만 줄어든 셈이다. 이는 국민들의 소비성향이 쌀은 크게 줄이고 있지만 기타 양곡은 거의 줄이지 않고 있다는 것으로, 주식인 쌀은 남아돌고 밀, 콩, 옥수수는 해마다 수백 만 톤을 수입해야 하는 불균형의 아이러니를 낳고 있다.
서구화된 우리 입맛은 이미 쌀보다는 빵, 라면과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을 선호하고, 이것이 단기간에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가공용 쌀인데, 가루쌀(粉質米)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가루쌀은 다른 품종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도 수확직후 곧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는데 밀과 성질이 유사해 빵, 과자, 면, 튀김 등 다양한 가공제품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재배방식도 일반 벼와 크게 다르지 않아 생산농가가 쉽게 참여할 수 있어, 지자체마다 앞다퉈 신청한 올해 2000ha의 논에 38개의 생산단지가 조성돼 있다.
가루쌀을 활용한 상품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식빵, 카스테라, 케익을 비롯한 여러 가지 빵은 물론 쌀국수, 파이와 스낵류, 식물성 음료, 부침가루와 튀김가루 등등. 이 것들을 먹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밀가루보다 속이 편하고 소화가 잘된다는 평이 주류였다. 다만 최근에는 가루쌀이 일반 벼에 비해 수확량이 떨어져 농가소득이 낮다거나 수입 밀가루보다 높은 가격, 글루텐이 없어 가루쌀만으로는 밀가루를 대체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속적인 품종개량과 가공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수출을 한다거나 쌀시장확대 측면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즉석밥은 밥솥에 밥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좋은 상품이라고 해도 어차피 먹어야 할 밥의 대체재인 만큼 쌀소비 증가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늦은 밤 출출한 속을 달래기 위해 쌀국수를 먹어본 분이라면 기대이상의 맛도 맛이지만, 아침에 얼마나 속이 개운한지 느껴보았을 것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비슷한 상품도 있지만, 1인당 연간소비량이 77개나 된다는 라면에 쌀을 첨가하고 관능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주식이 아닌 간식이나 기호식품으로서의 떡과 음료, 국수와 빵, 주류와 장류, 과자류 등 상품개발을 확대해야 쌀소비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서구화된 우리 입맛은 이미 쌀보다는 빵, 라면과 국수 등 밀가루 음식을 선호하고, 이것이 단기간에 바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 가공용 쌀인데, 가루쌀(粉質米)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가루쌀은 다른 품종과 달리 물에 불리지 않고도 수확직후 곧바로 빻아 가루로 만들 수 있는데 밀과 성질이 유사해 빵, 과자, 면, 튀김 등 다양한 가공제품을 만들 수 있다. 또한 재배방식도 일반 벼와 크게 다르지 않아 생산농가가 쉽게 참여할 수 있어, 지자체마다 앞다퉈 신청한 올해 2000ha의 논에 38개의 생산단지가 조성돼 있다.
가루쌀을 활용한 상품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식빵, 카스테라, 케익을 비롯한 여러 가지 빵은 물론 쌀국수, 파이와 스낵류, 식물성 음료, 부침가루와 튀김가루 등등. 이 것들을 먹어본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밀가루보다 속이 편하고 소화가 잘된다는 평이 주류였다. 다만 최근에는 가루쌀이 일반 벼에 비해 수확량이 떨어져 농가소득이 낮다거나 수입 밀가루보다 높은 가격, 글루텐이 없어 가루쌀만으로는 밀가루를 대체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 지속적인 품종개량과 가공방법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수출을 한다거나 쌀시장확대 측면에서 보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즉석밥은 밥솥에 밥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주는 좋은 상품이라고 해도 어차피 먹어야 할 밥의 대체재인 만큼 쌀소비 증가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늦은 밤 출출한 속을 달래기 위해 쌀국수를 먹어본 분이라면 기대이상의 맛도 맛이지만, 아침에 얼마나 속이 개운한지 느껴보았을 것이다. 시장에 나와 있는 비슷한 상품도 있지만, 1인당 연간소비량이 77개나 된다는 라면에 쌀을 첨가하고 관능을 개선하려는 노력도 여기저기서 벌어지고 있다. 이처럼 주식이 아닌 간식이나 기호식품으로서의 떡과 음료, 국수와 빵, 주류와 장류, 과자류 등 상품개발을 확대해야 쌀소비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