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강제징용 참상,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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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강제징용 참상,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다큐 ‘미완의 귀향’ 만드는 영암 삼호고 동아리 ‘컬쳐웍스’
‘미래도전 프로젝트’ 우수팀…일본 우키시마호 위령비 등 답사
“군함도 강제징용 언급없어 더 알려야겠다 생각” 11월 작품 발표
2024년 10월 01일(화) 19:30
영암 삼호고 동아리 컬쳐웍스는 일제 강제징용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미완의 귀향’을 제작하기 위해 지난 7월 일본을 답사했다. 왼쪽부터 최재원 교사, 김하윤, 조가인, 고시은, 박의빈, 김은서. <컬쳐웍스 제공>
영암 삼호고등학교에 눈길을 끄는 동아리가 있다. 일제 강제징용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미완의 귀향’을 기획, 제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일본 역사 현장을 답사한 언론 미디어 동아리인 ‘컬쳐웍스(Cultureworks)’다.

컬쳐웍스는 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모여 광고·영화 영상 제작, 미디어 비평 활동 등을 하는 동아리로 지난해 전남도교육청 ‘청소년 미래도전 프로젝트’에서 국내 우수팀으로 선정됐다. 국외 프로젝트 기회를 갖게 된 컬쳐웍스는 돌아오지 못한 ‘강제 징용자’를 주제로 일제 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기록하기로 했다.

조가인, 김하윤, 고시은(이상 2학년), 김은서, 박의빈(이상 3학년) 다섯 명의 학생은 지난 7월, 6박 7일 동안 일본을 방문해 조선인 수천 명이 강제 노역했던 미이케 탄광, 아소 탄광, 영화로도 잘 알려진 ‘지옥 섬’ 군함도, 교토 비행장 조성을 위해 동원된 조선인 마을 우토로 마을 등을 답사했다.

동아리 대표 조가인(여·17)양은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역사 문제를 미디어 영상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인 문제 중 ‘강제 동원’을 주제로 잡았어요. 일본에 강제로 갔지만 돌아오지 못한 분들의 이야기가 궁금해 활동 제목이자 다큐멘터리 제목으로 ‘미완의 귀향’이라 정했습니다.”

학생들과 최재원 지도교사는 프로젝트 기획, 장소 섭외, 현장 답사까지 서로 아이디어를 내고,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찾아 추천했고 비디오카메라와 스마트폰으로 참혹한 실상을 카메라에 담았다.

’우키시마호 사건’의 위령비인 ‘순난자의 비’를 찾아 참배 중인 컬쳐웍스.
학생들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로 귀국선에 올랐던 조선인들을 폭살한 ‘우키시마호 사건’의 위령비 ‘순난자의 비’를 꼽았다. 아기를 끌어안는 이, 주저앉은 사람 등 동상이 겹쳐있는 모습과 마주한 사실은 참혹할 뿐이었다. 또 유네스코에 등재된 군함도, 미이케 탄광 등에 조선인 강제징용이 한 마디도 언급되지 않은 점을 보며 더욱더 알려야 한다고 다짐했다.

조 양은 “아소 가문의 시멘트 광산 공장 앞에 희생자들이 안치된 묘지가 있다”며 “돌아가셨음에도 공장을 바라보는 상황이 너무나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답사 전 학생들은 강제징용 관련 서적과 영화를 함께 보고 느낀 점을 공유했으며 강제 징용 실상을 알리는 교내 홍보물과 답사할 곳을 지도로 만들어 전시했다. 또 KBS 방송국을 견학해 제작PD로부터 기획, 촬영, 편집 등의 조언을 받았다.

학생들은 무엇보다 아픈 역사를 또래 학생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박의빈(18)군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도 함께 담기 위해 신경을 썼다”며 “우리 조선인들이 통한의 세월을 겪었던 현장 곳곳을 돌아보며 안타까움을 느꼈고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고 말했다.

취재를 마치고 본격적인 다큐멘터리 제작을 앞둔 학생들은 지점토로 스톱모션을 만들어 우토로 마을로 강제동원된 이들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굿즈 만들기 등을 기획 중이다. 오는 11월 프로젝트 결과발표회와 12월 말 교내 축제에서 시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재원 교사는 “‘미완의 귀향’ 제목에 맞게 돌아오지 못한 이들의 비극을 담고자 사명감과 책임감을 보여준 학생들이 자랑스럽다”며 “미디어를 통해 공동체가 함께 역사를 기억하고 나눌 수 있는 의미있는 과정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재희 기자 heestor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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