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사 온·습도 시시각각 체크…눈 뗄 틈 없는 ‘폭염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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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사 온·습도 시시각각 체크…눈 뗄 틈 없는 ‘폭염과의 전쟁’
르 포 - 폭염 시름 무안 양계농가 가보니
이른 아침부터 더위 대비 총력전
환풍기 켜고 영양제 주고 ‘예의주시’
고물가에 출하해도 남는 게 없어
경영난에 역대급 폭염까지 이중고
정부 차원 시설 현대화 지원 시급
2024년 07월 30일(화) 19:50
30일 낮 최고기온이 32.4도까지 치솟은 무안군의 한 양계농장의 축사에서 농장주인 김화실씨(오른쪽)가 자신이 키우고 있는 수만마리의 닭을 바라보고 있다.
“자칫하면 닭 수백 마리가 한 번에 폐사할 수 있기 때문에 한 시도 눈을 뗄 수가 없습니다.”

광주·전남 지역에 폭염특보가 10일 넘게 이어지면서 닭과 돼지 등 가축 폐사가 잇따르자 전남 지역 축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고물가로 인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황에 역대급 폭염까지 덮쳐 폐사로 이어지고 있어 축산 농가들이 이중고를 호소하고 있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30일 찾은 무안군 망운면의 한 양계농가는 이른 아침부터 더위에 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양계장 주인인 김화실(59) 씨는 평소보다 1~2시간 이른 새벽 5시 반부터 양계축사를 들러 온·습도계부터 확인했다.

사료를 주면서도 닭들이 더위에 버틸 수 있도록 물에 영양제와 대사촉진제 등을 첨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인 오전 8시께 일을 마치고도 김씨는 양계축사 안을 보여주는 CCTV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환풍기가 제대로 돌아가는지, 닭들이 이상 행동을 보이진 않는지 계속 확인하는 것이다.

김 씨는 “닭에는 땀샘이 없기 때문에 호흡으로 온도를 조절하는데, 덥고 습한 환경이 계속되면 결국 과호흡으로 폐사할 수 있다”면서 “한마리가 죽으면 우후죽순 수백마리가 폐사하는 건 한순간이라 잠시라도 방심할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안군에는 지난 24일부터 8일 넘게 폭염경보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날 또한 낮 최고기온은 32.4도까지 치솟았다.

육계가 성장하기에는 양계축사 내부 온도 26도, 습도 50%가 적합하지만, 무더운 날씨 탓에 김씨의 축사는 환풍기를 아무리 틀어도 온도 30도, 습도 8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김씨는 “차라리 비가 내려 지열을 식혀주면 나을텐데, 최근엔 소나기만 잠깐 내리면서 습도만 높아지고 있다. 덥고 습한 열대야가 이어지면서 밤에도 긴장을 놓을 수 없다”며 “20년 가까이 닭을 키우고 있지만 유난히 혹독한 여름이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30일까지 전남 13개 시·군 46개 농가에서 총 2만 9322마리의 가축이 폭염으로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축별로는 닭 2만7968마리, 돼지 821마리, 오리 533마리 등이 폐사했으며 총 피해액은 3억 6200만원에 달한다. 30일 하루에만 닭 2608마리, 돼지 262마리, 오리 261마리가 폭염를 이기지 못해 폐사했다.

농장주들은 “실제 피해는 집계된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전남도의 통계는 재해보험에 가입한 축사의 피해 신고만 집계한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축 폐사 신고를 해도 보험금을 받으려면 자기부담금을 최소 200만원 이상 내야 하고, 보험금을 받을 때마다 보험료가 할증되는 탓에 아예 보험금을 포기하는 농가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높은 물가 탓에 출하 시 순이익도 급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기료와 가스비는 물론 사룟값과 약값, 인건비 등 유지 비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농장주들은 “5년 전까지 4.5t 트럭 한 대당 30여만원이던 왕겨 가격이 최근 60~80만 원까지 올랐다”며 “옥수수, 밀 등 곡물가격 상승으로 사룟값도 2배 가까이 치솟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 때문에 농장주들은 “불과 몇 년 전까지 총 매출에서 순이익이 60~70%는 됐는데 최근엔 50% 수준까지 줄어들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김성진(79) 한국오리협회 무안군지부장 역시 “난방비 부담에 겨울에 휴지기를 갖는 농가도 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폭염으로 인한 폐사까지 발생하니 농가 피해가 극심하다”고 한탄했다.

김 지부장은 “앞으로 폭염이 점점 더 심해질텐데, 이미 개인 농가의 노력으로 피해를 극복할 수 있는 시기는 지난 것 같다”며 “지자체와 정부 차원에서 시설 현대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폭염특보가 내려지면 가축 폐사 예방을 위해 농가와 생산자 단체에 사전 조치사항을 문자로 발송하는 한편, 가축 폭염 피해 예방 사업에 79억원을 투입해 축사 지붕에 열차단재를 도포하고 환풍기를 설치하는 등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안=글·사진 장혜원 기자 hey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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