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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찌개 -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2024년 06월 13일(목) 22:30
김치찌개는 죄가 없다. 최근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손수 김치찌개를 끓여 출입기자와 함께 저녁식사를 한 행사를 두고 말들이 많다. 이날 윤 대통령은 계란말이를 요리했고 대통령실 수석과 실장들은 고기를 굽기도 했다. 200여 명의 기자들이 참석했는데 일부 언론에서는 행사에 대한 비난을 쏟아냈다. 식사를 하면서 국정 현안 등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없었다는 게 비난의 핵심이었다. SNS를 통해 요리하는 윤 대통령과 줄을 지어 밥그릇을 입에 물고 얌전히 서 있는 개 사진이 합성되기도 했다. 합성 사진에는 “더 주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그날의 사정은 이랬다. 20여 개의 대형 식탁에 기자들이 10여 명씩 나눠 자리를 잡았고 식탁 마다 대통령실 수석과 실장이 배석했다. 대통령과 짧은 대화 형식의 환담을 나눌 기자도 사전에 선정됐다. 기자들은 지난 대통령 선거 과정의 일화를 이야기하거나 출산을 앞둔 심정을 털어 놓기도 했다. 물론 날카로운 현안 질문은 없었다. 앞서 진행됐던 윤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과는 성격이 조금 달랐다. 취임 기자회견에서는 많은 기자들이 적극적으로 질문을 할 수 있었지만 이날은 함께 식사를 하는 의미가 강했다. 대신, 식탁 별로 비보도를 원칙으로 한 대통령실 실장·수석과 기자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마침 강기정 광주시장이 이날 오전 대통령실을 방문해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 등 지역 현안을 건의했는데 김치찌개를 함께 먹던 실장과 수석들은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고 강 시장의 건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테이블을 돌며 기자들과 인사를 나누던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광주·전남 언론인을 만난 윤 대통령은 광주의 세세한 안부를 묻기도 했다. 그런 자리였다.

김대중 대통령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강조했다. ‘문제 의식’만 강조한다면 서로 다른 생각의 거리를 좁힐 기회마저 사라질 것이며 이는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가 극명한 양극 체제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그럼, 이날 김치찌개 맛은 어땠을까? 대학가나 고시원 인근 식당에서 파는 딱 그 맛이라고 할까.

/오광록 서울취재본부 부장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