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통시장과 ‘축지법’ - 송기동 예향부장·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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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맥주 한잔에 단돈 1000원.” 지난 3일 찾은 광주시 서구 양동전통시장. 지난해에 이어 열린 ‘제2회 양동통맥(通脈)축제’(4월 19~5월 4일) 광고 문구가 솔깃했다. 통닭과 맥주를 연상시키는 축제 명칭 ‘통맥’은 전통시장과 통(通)하고 110여 년 역사의 맥(脈)을 잇자는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나도’라는 뜻의 디토(Ditto)와 양동을 합성한 ‘#디토Ditto 양동’을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1000원 생맥주’는 축제의 킬러 콘텐츠이다. 맥주 판매부스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줄을 지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치킨 반마리와 닭꼬치, 해물파전, 칠게튀김, 홍어무침, 오뎅탕 등 안주류를 판매하는 ‘양동맛 이팅존’ 부스도 북적거렸다. 가격대는 4000원~1만원. 시장내 건어물 코너에서는 MZ 세대들의 참여로 신명나는 ‘시장통 양동이 노래방’이 마련됐다.
#‘불금불파’. 강진군 병영면 ‘병영5일시장’에서 매주 금·토요일 열리는 ‘불타는 금요일 불고기 파티’(4월 19~10월 26일)의 약어이다. 2회째인 올해 축제에는 ‘강진 불금불파 시즌2’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메인 음식은 병영을 대표하는 연탄돼지불고기(1인분 9000원). 동그란 탁자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자 파절이를 얹은 양념불고기와 상추, 기본 반찬이 제공됐다. 무대에서는 9살 트로트 신동과 병영 주민들의 가래치기 공연, 관광객 노래자랑 등이 잇따라 펼쳐졌다. 가래치기는 원추형 대바구니(가래)로 저수지에서 붕어 등을 잡는 병영면의 전통 어업유산이다. 더욱이 축제장에서는 병영만의 특별한 ‘하멜촌 맥주’를 맛볼 수 있었다. 강진군이 병영과 인연이 있는 헨드릭 하멜(1630~1692)의 고향인 네덜란드산 맥아와 지역특산품인 쌀귀리를 이용해 개발한 수제 맥주이다.
◇맥주와 돼지불고기 축제로 활성화
쇠락해가는 광주·전남 전통시장이 개성적인 축제를 통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통맥축제’는 생맥주와 양동시장 주 먹거리를, ‘불금불파’는 돼지불고기와 지역 관광자원을 연결해 소비자와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지난 주말 양동시장과 병영 5일시장을 돌아보며 ‘축제를 통한 지역살리는 법’, 일명 ‘축지법’에 관심이 높아졌다.
양동시장의 역사는 110여 년에 달한다. 1910년대 광주교 아래 백사장에서 열리던 5일장(매월 2·7일)이 뿌리이다. 1940년 광주신사(神社) 주변을 정리하면서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초기에는 ‘천정(泉町)시장’이라 불렸으나 196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양동(良洞)시장’으로 바뀌었다. 병영 5일시장 입구에는 ‘병영상인과 오일장’ 유래를 기록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1417년(조선 태종 17년)에 광산현(현 광주 광산구)에 있던 전라병영성이 현재 자리로 옮겨오면서 병영 사람들이 물자를 조달하는 상인으로 변모했다. 이후 ‘북에는 개성상인, 남에는 병영상인’이라 할 정도로 명성을 떨쳤다.
그렇지만 양동시장과 병영 5일시장 등 유서깊은 전통시장들도 유통시장 변화라는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온라인 쇼핑에 손님들을 빼앗기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통시장의 쇠락은 고객·점포수 감소 등 각종 통계수치로도 확인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장당일 평균 고객수’는 2017년 4553.0명→2019년 5413.2명→2022년 4536.0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2021~2022년 점포수는 광주(4305→4053개), 전남(1만2023→1만1481개) 모두 줄었다. 전국적으로 1년 사이 8874개소가 감소했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시장경기동향조사’(전통시장 지역별 실적 및 전망)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광주·전남 전통시장의 ‘체감 경기실사지수’(BSI)는 100 미만(43.9, 52.6)으로 ‘경기 악화’ 상태이다.
◇전통시장 살리기 묘안 짜내야
역설적으로 현재 직면한 전통시장의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우선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MZ세대와 같은 새로운 유통인구와 방문인구가 대형 마트 대신 시장을 지속적으로 찾도록 해야 한다. 이색 축제 개최와 문화 프로그램 운영도 이러한 흐름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정 금액 이상의 구매 물품 배달서비스 등 ‘발상의 전환’을 통한 다양한 묘안을 짜내야 할 것이다.
‘축지법’만으로 도깨비 방망이 같은 마술을 부리기란 어렵다. 전통시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최하는 축제가 타 지역과 닮은 꼴이어서는 안된다. 온라인 쇼핑과 대형 마트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무엇보다 전통시장 만의 ‘색깔’, 지역 특유의 향토성과 정감(情感)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세월 시민들과 함께 해온 전통시장이 유통업계의 여러 어려움을 돌파하고 21세기 일상 속 시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불금불파’. 강진군 병영면 ‘병영5일시장’에서 매주 금·토요일 열리는 ‘불타는 금요일 불고기 파티’(4월 19~10월 26일)의 약어이다. 2회째인 올해 축제에는 ‘강진 불금불파 시즌2’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메인 음식은 병영을 대표하는 연탄돼지불고기(1인분 9000원). 동그란 탁자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자 파절이를 얹은 양념불고기와 상추, 기본 반찬이 제공됐다. 무대에서는 9살 트로트 신동과 병영 주민들의 가래치기 공연, 관광객 노래자랑 등이 잇따라 펼쳐졌다. 가래치기는 원추형 대바구니(가래)로 저수지에서 붕어 등을 잡는 병영면의 전통 어업유산이다. 더욱이 축제장에서는 병영만의 특별한 ‘하멜촌 맥주’를 맛볼 수 있었다. 강진군이 병영과 인연이 있는 헨드릭 하멜(1630~1692)의 고향인 네덜란드산 맥아와 지역특산품인 쌀귀리를 이용해 개발한 수제 맥주이다.
쇠락해가는 광주·전남 전통시장이 개성적인 축제를 통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통맥축제’는 생맥주와 양동시장 주 먹거리를, ‘불금불파’는 돼지불고기와 지역 관광자원을 연결해 소비자와 관광객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지난 주말 양동시장과 병영 5일시장을 돌아보며 ‘축제를 통한 지역살리는 법’, 일명 ‘축지법’에 관심이 높아졌다.
양동시장의 역사는 110여 년에 달한다. 1910년대 광주교 아래 백사장에서 열리던 5일장(매월 2·7일)이 뿌리이다. 1940년 광주신사(神社) 주변을 정리하면서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초기에는 ‘천정(泉町)시장’이라 불렸으나 196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양동(良洞)시장’으로 바뀌었다. 병영 5일시장 입구에는 ‘병영상인과 오일장’ 유래를 기록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1417년(조선 태종 17년)에 광산현(현 광주 광산구)에 있던 전라병영성이 현재 자리로 옮겨오면서 병영 사람들이 물자를 조달하는 상인으로 변모했다. 이후 ‘북에는 개성상인, 남에는 병영상인’이라 할 정도로 명성을 떨쳤다.
그렇지만 양동시장과 병영 5일시장 등 유서깊은 전통시장들도 유통시장 변화라는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대형 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온라인 쇼핑에 손님들을 빼앗기면서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통시장의 쇠락은 고객·점포수 감소 등 각종 통계수치로도 확인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 경영실태조사’에 따르면 ‘시장당일 평균 고객수’는 2017년 4553.0명→2019년 5413.2명→2022년 4536.0명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기점으로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2021~2022년 점포수는 광주(4305→4053개), 전남(1만2023→1만1481개) 모두 줄었다. 전국적으로 1년 사이 8874개소가 감소했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시장경기동향조사’(전통시장 지역별 실적 및 전망)를 보면 지난 3월 기준 광주·전남 전통시장의 ‘체감 경기실사지수’(BSI)는 100 미만(43.9, 52.6)으로 ‘경기 악화’ 상태이다.
◇전통시장 살리기 묘안 짜내야
역설적으로 현재 직면한 전통시장의 ‘위기’는 ‘기회’일 수 있다. 우선 전통시장을 살리려면 MZ세대와 같은 새로운 유통인구와 방문인구가 대형 마트 대신 시장을 지속적으로 찾도록 해야 한다. 이색 축제 개최와 문화 프로그램 운영도 이러한 흐름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일정 금액 이상의 구매 물품 배달서비스 등 ‘발상의 전환’을 통한 다양한 묘안을 짜내야 할 것이다.
‘축지법’만으로 도깨비 방망이 같은 마술을 부리기란 어렵다. 전통시장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개최하는 축제가 타 지역과 닮은 꼴이어서는 안된다. 온라인 쇼핑과 대형 마트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무엇보다 전통시장 만의 ‘색깔’, 지역 특유의 향토성과 정감(情感)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오랜 세월 시민들과 함께 해온 전통시장이 유통업계의 여러 어려움을 돌파하고 21세기 일상 속 시장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