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남편이 아내 살해…극한 치닫는 ‘황혼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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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남편이 아내 살해…극한 치닫는 ‘황혼 갈등’
광주 남구서 말다툼 하다 홧김에 머리 수차례 폭행 숨지게 해
고흥서도 70대 아내 살해 사건…노년층 극한 범죄 갈수록 늘어
경제 문제·분노조절 장애 등 원인…광주·전남 황혼 이혼도 급증
2024년 02월 06일(화) 19:15
/클립아트코리아
광주·전남에서 황혼(黃昏)을 맞은 노년기 부부간 갈등이 살인 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수십년 누적된 결혼생활 불만, 경제적 빈곤 등으로 인한 복합 갈등구조가 해소되지 않고 분노로 표출돼 배우자의 목숨을 빼앗는 극단적인 사태를 낳고 있다.

6일 광주남부경찰은 둔기를 휘둘러 80대 아내를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80대 남편을 붙잡아 조사 중이다.

A(84)씨는 이날 오전 9시 20분께 광주시 남구 주거지에서 배우자 B(81)씨를 둔기로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범행 이후 자녀에게 “집으로 오라”고 연락을 했고 집에 도착한 자녀가 숨진 B씨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씨는 경찰에서 “아내와 말다툼을 하다 화가 나 범행했다. 둘 다 성격이 급한데다 매일같이 싸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는 사실혼 관계로 A씨의 전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자 십여년 전 부터 부부로 살았다. 기초생활수급을 받던 B씨는 A씨와 지내면서 생계비, 의료, 주거 급여 지원을 받아왔다.

A씨 가족들은 “(A씨가) 치매를 앓고 있었고 B씨와 단둘이 거주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치매 등 건강상의 이유로 범행했는지는 경찰이 추가로 수사중이지만, 전문가들은 고령화로 치매 유병률이 늘면서 이같은 극단적 범죄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자력구제가 어려운 치매환자는 학대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분노 조절이 불가능해 가해자가 될 가능성 까지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경제적 이유 때문에 술을 마신 채 사실혼 관계의 아내를 폭행해 숨지게 한 70대 남성도 최근 법원에서 징역 12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C(71)씨는 지난 2021년 고흥군 자택에서 술을 마신 채 사실혼 관계인 D씨를 폭행해 숨지게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동거하던 아내가 자신의 수입을 모두 써버리고 10여년 동안 각종 보험에 가입하고 몰래 중도 해약해 보험사로부터 돌려받은 해지금을 사용해 불만을 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C씨는 노인 일자리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D씨에 대한 불만이 더 커져 범행을 저질렀다.

전문가들은 노년기는 부부간 복합적 갈등구조를 해결해야 할 시기로 역할 등 관계에 대한 재조정이 요구되는 시기이지만 이런 갈등이 조정이 되지 않는 경우 분노가 표면으로 분출되고 결국 범죄까지 이어진다고 설명한다.

노년기에는 흥분 또는 자기 분노를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는 충동조절장애가 발생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결국 부부갈등으로 인해 폭력충동, 자기중심성충동, 가출충동이 발생해 노년기 우울증 등 정신병리학적 요인과 알콜, 약물 복용 등이 합쳐지면 ‘분노범죄’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부부의 위기는 황혼 이혼으로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이혼통계를 보면 광주·전남 65세 이상 남·여 이혼 건수는 지난 2019년 725건, 2020년 710건에 그쳤지만 2021년 888건으로 급증하고 2022년에도 809건에 달했다.

주된 이혼 사유로는 가정 폭력과 경제적 문제가 꼽혔다.

김혜민 가사전문 변호사는 “최근 이혼 소송의 주류는 황혼이혼이다. 자녀 때문에 참아 왔던 이들이 부당한 대우, 가정불화, 폭력 등이 이어지면 더이상 참지 않고 이혼을 결정하는 경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년기 갈등을 관리하는 전문상담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정서 조선이공대 사회복지학과교수는 “오랫동안 쌓여왔던 갈등과 분노가 일순간 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잠재된 갈등을 해결을 할 수 있는 의사소통 훈련과 양성평등 교육 등이 필요하다”면서 “경제적 이유가 갈등의 중요한 이유가 되기 때문에 국민연금 이외에 노부부의 생활자금을 지원하는 국가차원의 안전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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