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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 가장 작고 은밀한 파괴자들 - 에밀리 모노선 지음, 김희봉 옮김
바나나·박쥐 등 생물 멸종시킨 ‘곰팡이 팬데믹’
2024년 02월 03일(토) 19:00
지난 2016년, 인간에 질병을 일으키는 새로운 병원성 곰팡이가 출현했다. 치사율이 높고 항진균제에 내성이 있었다. 미국 질병통제연구센터에서 분석을 해보니 효모의 한 종인 곰팡이가 원인이었다. 10여 년 전 환자의 귀에서 발견돼 ‘칸디다 아우리스’(‘귀 곰팡이’라는 의미)라고 이름 붙여진 곰팡이였다. 일반 곰팡이는 인간 체온에 살아남지 못하지만 신종 곰팡이는 기후변화로 인해 보다 높은 온도에 적응한 것이었다.

독성학자이자 과학작가 에밀리 모노선이 쓴 ‘곰팡이, 가장 작고 은밀한 파괴자들’은 특정 곰팡이가 개구리, 소나무, 바나나, 박쥐 등 지구상 여러 생물을 어떻게 멸종위기에 빠뜨렸는지를 추적한다. 또한 인간이 곰팡이 팬데믹에 맞서 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색한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에서 소개하는 팬데믹과 전염병은 모두 곰팡이가 원래의 환경에서 완전히 새로운 환경으로 옮아가 적절한 숙주를 만나면서 시작되었다”며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잠재적으로 해로운 곰팡이가 취약한 숙주를 만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다. 잠재적으로 곰팡이의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숙주로 우리 인간도 예외는 아니다”고 밝힌다. 인간을 포함한 동물과 곰팡이는 10억년께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 식물 40만 종, 동물 200만 종이라면 곰팡이는 600만 종에 달할 정도로 가장 다양하고 번성한 생명체다. 일상 생활 뿐만아니라 러시아 미르 우주정거장 내에서도 곰팡이가 발생한다.

저자는 1부(현상)에서 인간 몸을 숙주로 삼는 ‘칸디다 아우리스’를 비롯해 아프리카발톱개구리와 항아리곰팡이, 화이트바크소나무와 오엽송물집녹병균, 바나나 그로 미셸 품종과 레이스-Ⅰ(바나나푸사륨시들음병) 등 곰팡이가 생명 종에 일으킨 문제를 살핀다. 곰팡이는 인간의 먹거리도 위협한다. 유전적으로 똑같은 단일품종 ‘그로 미셸’을 재배했던 바나나 산업은 곰팡이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현재 대체해 먹는 바나나 품종은 ‘캐번 디시’이다. 하지만 1967년 발견된 새로운 곰팡이(TR-4)가 전 세계 바나나 농장으로 확산되며 또 다른 위협을 받고 있다.

또한 2부(해결)에서는 미국 산림병리학자 리처드 빙엄의 ‘저항성소나무 육종 프로젝트’와 케리 파울러·헨리 샌즈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국제 종자저장고’, 유전자가위 등 곰팡이 팬데믹을 이겨내고 해결하기 위한 연구자들의 다양한 노력을 보여준다. 밀·쌀·옥수수·바나나 등 식량작물들은 곰팡이 팬데믹에 노출돼 있다. 19세기 초 아일랜드 등 유럽에서 발생한
19세기 초·중반 아일랜드 등 유럽인들은 ‘감자역병’ 확산으로 커다란 고통을 겪었다. 곰팡이를 닮은 난균류(卵菌類)가 원인이었다. 빈센트 고흐의 ‘감자를 먹는 사람들’ 일부(1885년 작).
감자역병은 ‘인간이 일으킨 재앙’이었다. 저자는 치명적인 곰팡이와 함께 살아가려면 ‘살아남은 집단 중에 곰팡이에 저항하는 유전자가 있어야 한다’와 ‘모든 개체가 절멸하기 전에 이 유전자가 집단에 퍼져야 한다’라는 두 가지 조건을 제시한다. ‘개체군내의 유전적 다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곰팡이 병원체가 출현한 까닭은 ‘지구에 대한 인간의 개입’ 때문이다. 인간은 6번째 대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끝으로 저자는 곰팡이 팬데믹에 대응하고 환경파괴를 막기 위한 행동을 강조한다.

“우리는 모두 지구라는 작은 배에 타고 있다. 이 배에는 소나무박쥐개구리 등 무수한 생물도 함께 타고 있다. 우리는 그들을 구하고, 우리 자신을 구한다. 더 이상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희망을 갖고 행동하는 것은 우리의 도덕적 의무다.” <반니·2만2000원>

/송기동 기자 so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