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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옆 동물원 - 박진현 문화·예향담당 국장
2023년 11월 08일(수) 00:00
인구 140만 명의 샌디에이고시는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통한다. 연중 온화한 날씨, 바다를 끼고 있는 자연환경 등은 많은 미국인들의 로망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2800만 명(2022년 캘리포니아 관광청 기준)이 다녀간 게 이를 방증한다. 그중에서도 예술과 축제 등을 ‘메인 상품’으로 엮은 아트 투어리즘(Art tourism·예술관광)은 샌디에이고의 핵심 콘텐츠다.

지난달 중순, 기자는 샌디에이고의 관광 1번지인 ‘발보아 파크’(Balboa Park)와 라호야 해변(La Jolla Cove)을 방문했다. 연간 1300만 명 이상이 다녀가는 글로벌 명소인 만큼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것’이라는 내 예상은 적중했다. 바로 ‘미술관’이었다. 도심과 가까운 곳에 자리한 발보아 파크는 각양각색의 미술관들로 활기가 넘쳤고, 태평양이 바라다 보이는 라호야는 산책로에 위치한 ‘샌디에이고 현대미술관’으로 더 빛났다.

관광객 1300만 명 찾는 발보아파크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배인 발보아 파크는 수십 여개의 문화시설에서 연중 전시, 연극, 뮤지컬 등 각양각색의 이벤트가 끊이지 않는다. 지역민들에게는 번잡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쉼터’이지만 외지인에게는 ‘골라 보는’ 재미가 쏠쏠한 복합테마공원이다. 무엇보다 세계 최대 수준의 동물원과 18개의 미술관(박물관)이 ‘하이라이트’다.

이 가운데 공원의 한복판에 터를 잡은 ‘샌디에이고 동물원’은 800여 종의 동물 4000여 마리와 식물 6500여 종이 공존하고 있는 핫플레이스다. 자녀를 둔 관광객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꿀잼 장소’다. 하지만 대다수의 발보아 관광객들이 들르는 곳은 공원 입구에 자리한 ‘샌디에이고미술관’ (Sandiego Museum of Art)이다. 2층 규모의 미술관은 화려한 외관과는 거리가 멀지만 컬렉션 만큼은 LA나 뉴욕의 유명 미술관들에 결코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렘브란트의 ‘창가에서 에칭 작업을 하는 자화상’, 앙리 마티스의 ‘부케’,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자’ 등 기원전 3000년부터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컬렉션 2만여 점은 ‘대체불가’의 킬러 콘텐츠다. 특히 휴가시즌 등에 맞춰 내놓는 특별기획전은 관람객들의 재방문을 이끌어 내는 일등공신이다.

샌디에이고에서 비행기로 1시간 40분이면 도착하는 샌프란시스코도 ‘예술 관광’으로 존재감을 보여주는 도시였다. 연간 2190만 명(2022년 샌프란시스코여행협회)이 방문하는 샌프란시스코는 금문교, 케이블카(노면 전차) 등 소문난 관광지가 많지만 한해 300만 명이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골든게이트 공원(Golden gate Park)이다. 뉴욕의 센트럴파크보다 20% 넓은 공원에는 20여 개의 정원과 호수, 식물원, 공연장 등이 들어서 샌프란시스코의 ‘문화 보고’(Culture Treasure)로 불린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드영 미술관’(드영)이 있다.

런던의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설계한 건축가 헤르조그 &드뫼롱이 건립한 ‘드영’은 빼어난 건축미와 독보적인 소장품으로 매년 100만 명의 관람객들을 불러 들이는 ‘달러 박스’ 역할을 한다. 입장료는 20달러에 불과하지만 이들이 샌프란시스코에 머물며 지출하는 숙박비 등은 지역경제 활성화에 적잖은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10여 일간의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온 날, 두개의 ‘빅 뉴스’를 접했다. 하나는 부산의 ‘이기대 문화예술공원 프로젝트’이고, 다른 하나는 광주의 ‘어등산관광단지 유원지사업’이다. 지난달 말 부산시는 도시공원 일몰제 이후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이기대 수변공원을 바다와 자연, 예술이 하모니를 이루는 세계적인 문화예술공원으로 조성하기로하고 일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세지마 가즈요에게 미술관 설계를 의뢰했다. 동시에 프랑스 퐁피두센터의 분관도 유치해 이기대 공원을 부산 관광의 새로운 동력으로 가꾸어나간다는 복안이다.

광주의 미래, 예술관광에 물어봐

최근 광주시도 신세계프라퍼티와 손잡고 어등산 부지 41만7531㎡(약 12.6만평) 일대를 쇼핑, 엔터테인먼트, 휴양, 레저, 문화 등을 한데 모은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를 추진하기로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아시아의 문화수도를 지향하고 있지만 정작 문화와 관광의 시너지를 내지 못해 ‘이름뿐인’ 문화도시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침체된 광주관광의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그도 그럴것이 광주는 시립미술관 등을 비롯한 국공립 미술관과 비엔날레, 디자인비엔날레, 아트페어 등 다양한 미술이벤트를 관광지와 묶는 ‘특수’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다른 미술관에서는 보기 힘든 ‘대표작’이 미흡하고 수십억 원의 예산을 들인 메가 미술 이벤트들은 흡인력 있는 콘텐츠 부재로 ‘노잼’이라는 쓴소리를 듣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가 ‘꿈의 미래’가 되기 위해서는 지역의 역동적인 미술 현장과 연계시키는 ‘빅 픽처’가 필요하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소비지형적인 콘텐츠로는 무색무취의 도시 이미지를 바꾸기 힘들다. 지금은 문화광주가 선택과 집중의 로드맵을 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