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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한문 교육이 절실한 이유 - 함영대 경상국립대 한문학과 부교수
2023년 09월 05일(화) 00:00
학교 현장에서 한문 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한문 교과를 담당하는 교사가 줄고 있으며 중학교까지 그 여파가 미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학교 현장에서 한문 수업을 받아본 학생도 점차 찾아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근래 학교 교육에서 강조되고 있는 문해력 교육과 관련하여 이러한 현상을 크게 우려한다.

문해력은 글을 잘 이해하는 능력이다. 정보를 습득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이 문해력을 향상시키는 좋은 방법은 다양한 어휘를 적실하게 이해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한국어와 관련하여 생각해보면 우리의 어휘는 수많은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정확하게 정보를 이해하고 풍부한 어휘를 활용하여 적절하게 의사를 전달하는데 한자, 나아가 한문 교육은 여전히 중요하다.

‘애인’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이해한다면 이는 ‘애인’이라는 소리 외에 ‘애인(愛人)’이라는 한자어로서의 의미를 받아들인 것이다. 한글로 표음되는 우리 말글은 한자어로서의 의미를 내장함으로 인해 강한 표의성을 지니게 된 것이다. 이는 세종대왕이 우리 한글, 훈민정음을 창제할 때부터 그러했던 것이다.

우리는 이 ‘애인’이 ‘연인(戀人)’이나 ‘정인(情人)’과는 그 뉘앙스가 약간 다르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파악한다. ‘그리워하는 사람’과 ‘마음을 주고받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일 테지만 그 표현의 층차는 동일하지 않은 것이다. 국어사전에서 ‘정인(情人)’을 두고 ‘남몰래 정을 통하는 남녀 사이를 이르는 말’로 협소하게 이해한 것은 이 어휘의 풍부한 의미를 제한할 수 있다.

‘민중의 봉기(蜂起)’는 ‘많은 사람들이 벌떼처럼 일어나는 것’이고, 에어컨의 ‘실외기(室外機)’는 실내가 아닌 ‘실외에 설치하는 기계’이다. ‘금일(今日)’은 금요일이 아니라 ‘오늘’이고, ‘심심(甚深)’한 사과는 짜지 않은 사과가 아니라 ‘매우 깊은’ 사과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어휘가 달라지고 그 의미가 변모하는 것은 언어의 자연스러운 변화이다. 다만 당대의 언어는 다양한 언어 관습을 지닌 언어 사용의 대중들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말글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데 여전히 한자와 한문 교육은 필요하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중국과 일본 등의 나라에서 생산하는 정보를 습득하는 데에도 한자에 대한 지식이 요긴하게 활용된다. 주고받는 대화로서의 중국어와 일본어에 능숙하지 못한 한자의 학습자들도 중국과 일본의 신문과 서적에 기록된 대체의 정보는 흡수할 수 있다. 이는 여행할 때 읽을 수 있는 표지판에 대한 정보 습득의 차원에서 더 나아가 고전과 현대의 동아시아 문헌에 대한 기초 소양의 획득을 의미하는 것이다. 적어도 15억 명 이상의 인구가 활용하는 한자 문명권 국가들의 문화를 파악하는데 한자에 대한 이해는 적지 않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한국 영화와 노래의 세계적인 유행으로 인해 한국어 학습에 대한 열기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한 적지 않은 국가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데 진심이다. 최근 BTS의 노래 가운데 눈 내리는 정경을 ‘소복소복’이라는 순 한글로 표현하여 그 번역에 큰 관심이 쏟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의 가사에는 ‘도시의 야경(소우주)’도 있고 ‘청춘의 출처(Never Mind)’도 있다. 출처(出處)는 드나드는 것이고, 야경(夜景)은 밤에 보이는 것이다.

누구나 즐기는 노랫말이 이러한 정도라면 좀 더 정교하고 또는 긴급하게 정보를 학습하고 표기해야 하는 경우, 한자에 대한 이해와 교육은 더욱 필요한 것이다. 인격은 ‘성숙(成熟)’하도록 할 것이지 ‘숙성(熟成)’시킬 수는 없으며, 긴급한 도로 정보를 주어야 할 표지판은 ‘정지(停止)’하고 ‘서행(徐行)’해야 할 것이지 ‘머무르고 멈추게’ 하거나 ‘천천히 나아가게’ 해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아직 학교 현장에는 이 한자와 한문 교육을 담당할 선생님들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