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의 환경 정책 ‘그린워싱’ -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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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의 환경 정책 ‘그린워싱’ -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생태도시국장
2023년 06월 07일(수) 00:00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말이 있다. 기업이 표면적으로만 친환경 경영을 표방해 경제적 이익을 보는 행위를 말한다.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지만, 마치 친환경적인 것처럼 홍보하는 ‘위장 환경주의’를 가리킨다. 심한 경우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친환경적인 모습으로 포장하는 행위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린워싱이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환경부의 환경 정책 행보도 그린워싱과 다르지 않다. 6월 5일은 UN총회에서 정한 세계 환경의날이었다. 한국도 유엔환경계획의 집행 이사국으로 수년간 그 역할을 한 바 있으며,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해 오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 제28회 환경의 날 주제로 ‘플라스틱 오염 퇴치’로 잡고 불필요한 플라스틱 소비 중단 캠페인 출범 행사를 개최했다. 그런데 이날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인사말에서 “민간의 자율과 창의성이 발휘되도록 규제를 과감히 개선하고 녹색 산업 분야의 청년 창업 지원, 전문 인력 양성을 적극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다. 전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강하게 규제(Hard law)해 가고 있는데, 플라스틱 사용 감축 및 재사용·재활용에 대한 정책적 규제를 강화하는 대신 관련 산업 육성 정책을 통한 전환을 최우선으로 꼽은 것이다. 앞서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와 비닐봉투 사용 금지 정책을 유예하면서 자원 순환 정책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월 환경부는 국무총리 산하 국책 연구 기관인 한국환경연구원(KEI)을 비롯해 정부기관인 국립생태원, 국립환경과학원, 국립공원공단, 국립기상과학원 등이 ‘설악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는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조건부 승인했다. 앞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이 반려되었을 때와 별반 달라진 점은 없지만, 조건부 승인됐다.

더욱 심각한 사례도 있다. 국립공원 지역을 해제하면서까지 공항 건설도 승인했다. 바로 흑산공항이다. 특정 개발 사업을 위해 국립공원을 해제한 것이다.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던 일이다. 흑산공항 건설이 여러 차례 반려되는 동안 자연환경적으로나 지리적으로 변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 정부에서 주야장천 주장했던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기 그지없다.

최근에는 ‘영산강·섬진강 유역 중장기 가뭄 대책’을 발표하며, 환경부가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광주·전남 지역이 극심한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가뭄 중장기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영산강의 승촌보와 죽산보의 물 수위를 높여 물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광주·전남 지역은 섬진강의 물을 생활용수와 공업용수(이하 생공용수)로 사용하고 있다. 왜냐하면 영산강 수질은 생공용수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수질이 나쁘기 때문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보에 물을 가두더라도 관로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 이용할 수도 없다. 환경부의 보를 활용한 중장기 가뭄 대책이 보 존치를 위한 가뭄 대책이라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는 이유다.

필자는 광주·전남 지역이 영산강의 물을 생공용수로 사용하면 좋겠다. 그렇기 위해서는 물을 가두는 것보다 물을 깨끗하게 만드는 게 우선이다. 영산강이 재자연화를 통해 물의 자정 능력을 높이고, 영산강으로 유입되는 광주 하수 처리수와 광주 도심을 지나는 지류 하천의 오염수 그리고 온갖 비점 오염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환경부의 중장기 가뭄 대책에 이와 같은 내용을 담았다면 어땠을까?

최근 환경부 본연의 역할을 상실한 1회용품 사용 규제 유예,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흑산공항, 영산강 보 존치를 위한 가뭄 대책과 같은 행보를 보면, 분노를 넘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 헌법 제35조에는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와 국민은 환경 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환경권과 환경 보전 의무를 헌법상의 국민의 기본적 권리 의무로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 보전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곳이 바로 ‘환경부’다. 어서 빨리 환경부 본연의 정체성을 찾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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