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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사동지회 “어느 정도까지 해야 사죄로 받아줄 건가”
“사죄 표현조차 없는 공동선언문 폐기부터” 유족회·기념재단 일침
“특전사동지회는 5·18 당사자 해당 안돼 사죄의 주체 될 수 없어
진상규명 적극 협조·계엄군 책임자 사죄 유도 등 진정성 보여야”
2023년 06월 06일(화) 19:50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 ·18민주묘지. <광주일보 자료사진>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특전사동지회의 국립 5·18민주묘지 참배를 두고 “진정한 사죄가 없었다”며 반발한데 따라, ‘진정한 사죄’란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임성록 특전사동지회 고문은 지난 4일 광주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참배하면서 시민단체에 “어느정도까지 해야 진정한 사죄로 받아줄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도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앞서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 3공수여단 신순용 소령·김귀삼 중사 등 특전사 부대원들이 수차례 사죄 행보를 이어 왔으며, 임성록 고문 또한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광주시민에게 사죄했다고 주장했다. 또 민주묘지 참배도 사죄의 뜻에서 추진한 일인데 더이상 무엇을 해야 진정한 사죄가 되느냐고 지적했다.

이에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원회(오월대책위)와 5·18유족회, 5·18기념재단 등은 “사죄 표현조차 없이 만들어진 ‘공동선언문’부터 폐기하는 것이 사죄의 첫걸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5·18유족회 관계자는 “진정한 사죄는 상대방 화가 풀릴 때까지 참회하고 용서 구하는 것”이라며 “사죄가 선행되지 않은 공동선언문을 폐기하고, 공식적인 사죄식을 연 뒤 공청회 등을 통해 광주시민을 설득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월 19일 5·18유족회가 ‘공동선언식’에 불참한 이유도 특전사동지회에게서 사죄에 대한 진정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5·18유족회는 공동선언문을 작성할 당시 ‘사과’ 단어를 꼭 넣자고 제안했으나, 특전사동지회 측에서 ‘절대 안된다’고 답해 무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 결과 공동선언문은 ‘특전사도 피해자’라는 내용만 강조돼 유족회 내 반발이 커졌고, 결국 공동선언식에 불참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구나 각종 사죄·참배 행사를 열 때마다 기자회견을 열고 떠들썩하게 진행한 점, 광주시민들의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군복을 입고 군가를 부르며 참배하려 했다는 점 등에서 사죄의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유족회 관계자는 전했다.

오월대책위는 특전사동지회가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과 광주시민을 위해 노력하는 구체적인 행동이 드러나야 사죄의 진정성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월대책위는 먼저 ‘계엄군도 피해자’, ‘질서 회복의 임무를 수행한 선배들의 노고’ 등 특전사의 반성없는 시각을 그대로 담고 있는 공동선언문을 폐기하고 광주시민으로부터 신뢰를 쌓는 과정부터 다시 밟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특전사동지회가 단체 내에 5·18 당시 투입됐던 인원이 얼마나 있는지, 지금껏 공개되지 않은 5·18 진상이나 증언이 어떤 게 있는지 등 아무 정보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번 행사를 열 때마다 기자회견을 열고 대규모로 ‘쇼’ 하듯이 5·18민주묘지로 몰려가 참배하는 점도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순 오월대책위 집행위원장은 “특전사동지회는 공동선언문의 폐기, 5·18진상규명을 위한 증언 등과 관련해 아직까지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며 “숨길 것은 죄다 숨기고 광주시민의 한을 풀기 위해 별다른 행동도 하지 않으면서 진정한 사죄가 무엇이냐고 되묻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5·18기념재단은 아예 “특전사동지회는 사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5·18의 가해자는 ‘국가’인 만큼, 사죄의 주체 또한 국가의 대표나 계엄군 지휘부 등 책임자가 돼야 하는데, 특전사동지회는 5·18 당사자가 아니라 당사자를 포함하고 있는 모임에 불과하므로 사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재단은 또 애초 책임자들의 사죄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5·18 단체들이 가해자를 용서하고 화해했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책임자들이 공식 석상에서 사죄 입장을 발표하거나 묘지를 참배하는 등 행동을 해야 진정한 사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도 폈다.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특전사동지회가 광주시민을 위해 해야 할 일은 5·18에 투입됐던 선배들에 대한 용서를 구하고, 선배들을 설득해 책임자의 사죄를 이끌어내는 것이다”며 “후배들로서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지 약속하는 것 또한 그들의 역할이다”고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