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섬의 수돗물 - 조창현 한국수자원공사 완도수도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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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섬의 수돗물 - 조창현 한국수자원공사 완도수도지사장
2023년 06월 05일(월) 00:00
100년 만의 가뭄, 100년 만의 폭우, 요즘 기상 보도에서 흔히 접하는 말이다. 말 그대로 100년 만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기상이변이 일상적으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결코 정상이 아니다. 이런 기후위기의 시대에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6월 5일)을 맞는 느낌이 전과 다른데, 특히 섬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피부로 다가오는 일이다.

복지에 있어서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후변화에 대한 지원도 취약지역에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섬은 고립되기 쉬워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이다. 장기적으로는 해수면 상승으로 피해를 볼 수도 있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바로 가뭄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완도의 경우를 살펴보자.

완도는 본섬지역에는 광역상수도가 공급되지만 나머지 10개 섬들은 자체 저수지를 상수원으로 하여 수자원공사에서 수돗물을 생산·공급하고 있다. 섬이라는 특성상 타 지역에 연계시켜 물공급을 받을 수 없으니 오로지 내리는 비에 의존하는 실정이라 5월 초의 강우로 제한급수가 해제되기 전까지는 심한 곳은 1일 급수 후 6일 단수가 실시될 정도로 가뭄이 극심했다.

이 극심한 가뭄동안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인근 섬의 지하수나 농업용수를 비상급수 물차에 담아 배로 실어나르는 특단의 조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비용이 많이 드는 이런 특단의 조치는 당연히 지속가능하지 않다.

따라서 기후변화 시대에 반복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뭄에 대비한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책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 그리고 완도군에서는 해수담수화 도입, 지하수 저류지 건설, 신규 상수원 건설 등 다각도의 대책을 마련하여 추진 중이며 장기적으로는 해저 상수관 건설을 통한 광역상수도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모두 많은 예산이 필요한 대책들로, 인구가 줄어드는 가난한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어려운 실정이라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인구도 많지 않은 섬 지역에 큰 예산을 꼭 투입해야 하나라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섬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먼저, 섬은 해양생산의 보고이다. 예로 든 완도의 경우, 전 국민의 식탁에 올라가는 전복과 다시마의 70%는 완도에서 생산되며 생선과 굴, 미역, 김 등도 많이 공급하고 있다. 섬 주위의 갯벌 또한 무궁무진한 생산력을 가지고 있다.

두 번째로, 섬은 관광과 건강한 휴식을 제공해준다. 도시에 밀집되어 살아가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섬은 건강한 레크리에이션과 심리적인 치유를 줄 수 있다. 완도군도 ‘해양치유 완도’라는 슬로건으로 건강한 먹거리와 편안한 휴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환경의 날을 맞아 가뭄과 홍수 등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를 생각하며 섬 지역에 대한 우선적인 관심과 지원을 기대해 본다. 가뭄 걱정 없고, 물 걱정 없는 행복한 섬이 되어야 찾아오는손님들도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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