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새로운 길을 만드는 여자들 - 신세은 지음
더 나은 미래를 꿈꾼 여성들 운명과 역사를 바꾸다
2023년 06월 02일(금) 08:00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명예롭다는 것이 내가 아는 가장 큰 지식입니다. 나는 노동자를 대표하여 죽음으로 희생할 뿐입니다.”

1931년 5월 29일 이른 새벽, 평양 금수산 을밀봉 정상의 정자 을밀대 지붕 위에서 한 사람이 소리쳤다. 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 차림의 그는 우리나라 최초로 고공 투쟁을 벌인 노동자 ‘강주룡’이다. 평양고무 공장 노동자였던 그는 임금삭감에 반대하며 노동자의 현실을 알렸다. 지붕 위에 앉아있는 그녀의 ‘낡은 흑백 사진 한장’은 그 어떤 이야기보다 강렬하다. 묻혀 있던 그의 존재는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박서련 작가의 ‘체공녀 강주룡’을 통해 많이 알려졌다.

신세은 작가의 ‘새로운 길을 만드는 여자들-더 나은 미래를 꿈꾼 여성 인물 이야기’는 언론, 예술, 인권, 노동 등 각 분야에서 자기만의 발자취를 만들어낸 여성 인물들을 만나는 책이다.

1973년 미국 텍사스 주에서 열린 테니스 경기는 미국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전성기를 맞은 스물 아홉 살의 여성 빌리 진 킹과 쉰 다섯 살의 은퇴한 챔피언 바비 릭스가 펼치는 성(性) 대결 현장이다. 이 경기는 결승전 입장권은 똑같이 팔린 테니스 대회에서 남녀의 우승 상금이 8배나 차이가 나는 데 대해 여성 선수들이 이의를 제기하며 성사됐다.

위대한 테니스 선수이자 환경운동가, 사회운동가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 차별에 맞서겠다”는 어린 시절의 다짐을 한 시도 잊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해온 빌리 진 킹은 이날 스포츠 성 대결에서 첫 승리를 거둔 선수가 됐다.

결국 그해 US 오픈이 규정을 바꾸며 역사상 최초로 남녀가 같은 상금을 받는 메이저 대회가 됐고, 2007년 윔블던 대회를 끝으로 세계 4대 메이저대회에서 남녀가 동일한 상금을 받게 됐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설계자로도 유명한 자하 하디드는 남성 중심 건축계의 고정 관념을 깨고 “자기 자신을 마음껏 드러내며 굳건한 세계에 변화의 힘을 불어넣은” 건축가다. 그는 2004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수상자이자 최초의 아랍계 수상자, 최연소 수상자로 건축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책에서는 또 여성으로는 두 번째이자 유대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대법관이 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 202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 200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케냐의 환경운동가 왕가리 무타 마타이, 미국 남북 전쟁 최초의 여성·흑인 장군이었던 해리엇 티브번, 여성 참정원 운동가 에멀린 팽크허스트, 화가 프리다 칼로 등의 삶을 만날 수 있다.

<돌베개·1만4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