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에 하나-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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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에 하나- 황성호 신부, 광주가톨릭 사회복지회 부국장
2023년 05월 19일(금) 00:00
한 지인이 나에게 ‘저 사람만 없으면 정말 잘될 텐데’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정말 그럴까? 우리는 사회생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 여러 가지를 생각한다. 함께 지내면서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에, 좋지 않고 만나는 것조차 싫은 사람도 있다. 그렇다면 나에게 좋은 사람, 나에게 좋지 않은 사람의 기준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 이 기준은 객관적이기보다 대부분 주관적이며, 이 주관적 기준을 객관적이라고 합리화할 뿐이다.

나에게 좋은 사람이란 나의 말에 귀 기울여 주고 나를 존중해 주며 나의 의견에 동조해 나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사람이라고 하자. 쉽게 말해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이다. 그런데 ‘저 사람은 나에게 참 좋은 사람이야?’라고 말하면서 ‘나’는 저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있는지 반문하고 싶다. 우리의 관계성은 상호적이어야 하는데 언제나 이 상호성을 가로막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객관화시키지 못한 주관적인 판단이다. 우리의 판단이 편견이 되고 차별의 도구로 사용되면서 급기야 폭력까지 이어질 수 있다.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보려고 하기보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을 통해 그게 전부로 치부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저 사람만 없으면 정말 잘될 텐데’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세상에 존재하는 사람 중에 존재하지 말아야 할 사람은 없다. 세상의 모든 존재, 특히 인간 존재에 있어서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인간 존재성을 깎아내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삶과 사회생활 그리고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는 공동체 생활 안에서 버젓이 차별과 폭력, 우리 편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 생명을 경시하는 파괴적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다.

우리는 서로 다르다. 그리고 그 다름을 통해 서로가 성장하고 발전의 기회를 얻기까지 한다. 우리의 역사가 그랬고, 우리의 상호적 관계성이 그랬으며, 우리 사회의 발전도 그러했다. 그런데 더 이상의 변화와 발전을 원하지 않는 것인지 다름을 인정하기 싫은 것인지, 우리 사회는 점점 폭력적 경쟁으로 치닫고 존재성마저 무너뜨리고 있다.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서, 극단적 이기심과 잘못된 판단이 되어 어처구니없는 차별을 자아내기도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 증가하고 있는 이주민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당황스럽다. 이주민이 동아시아인이거나 피부색이 조금만 짙기라도 하면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런데 대상을 달리하여 그 외국인이 피부가 하얗거나 미국과 유럽 쪽이라면 시선이 누그러지고 웃음기까지 보여 주기도 한다. 이런 차별성이 우리 안에 왜 있고 언제부터 있었던 것일까?

내 주변의 누군가가 실수를 저지르거나, 죄를 짓거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 우리의 마음과 판단은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가? ‘내 그럴 줄 알았어. 어떻게 저런 잘못과 죄를 지을 수 있지? 어찌 저렇게 살까?’라는 등의 내적 반응과 함께 판단과 평가가 이루어진다. 그래서 이 누군가를 멀리하고, 그와 나는 전혀 상관없는 존재로 선을 긋고 매몰차게 내쳐 버리지 않았던가? 때론 ‘내가 아니니 다행이야’, 자신도 실수와 죄와 잘못을 저지르면서도 나는 걸리지 않았고 절대 드러나지 않는 비밀처럼 ‘휴! 내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런데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그 누군가는 바로 우리 중에 하나다. 누구나 실수와 죄 그리고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완벽하지 못한 존재이기에, 그 누군가는 ‘나’도 될 수 있고, ‘너’도 될 수 있다. 그래서 그 누군가는 우리 중에 하나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는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왜냐하면 이들이 사회의 구조적인 악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죄를 짓지 않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보잘 것 없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우리 중 하나에게 주는 것임을 잊지 말자. 왜냐하면 우리 중에 하나가 바로 ‘나’일 수 있기 때문이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오 복음 25장 40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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