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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의 유토피아 ‘득량’의 생동감 느껴보세요”
13년 승려생활 접고 환속…보성서 장편소설 펴낸 양승언씨
환속 후 자영업하며 ‘세상 공부’…보성서 치유의 시간
13일 동명동 산수책방서 ‘득량, 어디에도 없는’ 북토크
2023년 04월 02일(일) 18:50
13년 승려생활을 접고 환속해 이후 자영업을 하다 사기 피해 등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이후 2년간 보성군에 머물며 그곳의 자연과 역사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그리고 한 권의 장편소설을 펴내게 된다.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른 삶을 살아온 양승언<사진> 작가. 최근 그가 보성군 득량면의 지명을 제목으로 내세운 장편 ‘득량, 어디에도 없는’(글을 낳는 집)을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최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는 “2021년부터 2년여 간 삶 자체를 ‘득량’과 맞대며 살았다”며 “농촌에서 현지인들과 질박하게 섞여 살다보니 소설 속 인물들을 훨씬 생동감있게 역동적으로 그릴 수 있었다”고 밝혔다.

양 작가의 고향은 충남 공주. 그러나 그의 삶을 한 단어로 집약하자면 ‘바람’이 아닐까 싶다. 고등학교는 경북 포항에서 마쳤고 이후 20대 때 승려가 됐다. 34세에 환속해 식당 운영, 그리고 방랑길에 올라 필린핀에 다녀왔고, 남도에서 소설을 썼다.

“사춘기 때 ‘나는 누구인가’라는 깊은 생각에 빠져들었습니다. 돌아보면 고교 시간은 출가시절이나 마찬가지였던 것 같아요. 떠오르는 생각, 일테면 세상사에 대한 질문과 회의 등을 끊임없이 적었어요.”

그러다 그는 스무살 무렵 때 ‘글을 쓰면 뭐하나’ 라는 허무주의에 빠졌다. 서울 거리를 배회하다 문득 생로병사가 떠올랐다. 절에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그 길로 절에 가게 된다.

그로부터 13년 후 양 작가는 환속을 한다. 그는 “금강경에 환지본처(還至本處)라는 말이 있는데 ‘본래 있던 자리로 돌아간다’는 뜻”이라고 했다. “더 이상 불교에서 답을 찾을 것이 없었다”는 말에서 그가 환속을 하게 된 저간의 이유를 상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환속 이후의 삶은 녹록지 않았다. 사회생활을 한 적이 없었기에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다. “결혼한 와이프가 다소 경제력이 있어서 집을 팔아 식당을” 하게 되면서 세상살이의 풍파와 정면으로 부딪혔다.

“제가 생각하는 것과 ‘약속’의 관점이 많이 달랐어요. 예를 들어, 돈을 주면 공사를 해주는 것으로 아는데 막상 돈이 건네지고 나면 제대로 공사가 이루어지지 않는 일들이 벌어졌죠.”

어려운 상황에서 그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아버지였다. 2019년 돌아가신 아버지는 누구보다 성실했고 “몸으로 하는 일은 성실해야 한다”, “밥그릇 앞에서는 정직하고 숭고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셨다.

집은 서울인데 그가 득량에 머물렀던 것은 “남도는 유토피아”라고 생각했던 일면을 삶으로 구현하고 싶어서였다.

“남도는 풍성한 바다와 들판 무엇보다 갯벌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인구가 줄어 농촌이 소멸되는 상황이지만 천혜의 자연은 여느 곳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하지요. 특히 갯벌을 접하고 있는 바다는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고 있는 생명의 보고라 할 수 있습니다.”

양 작가는 현지인들과 어울리기 위해 농번기 때는 고추도 따고, 여름에는 벌초도 했다. 최대한 지역민들과 섞이면서 문학 이전에 사람살이의 맛을 체험했다. 소설 곳곳에서 직접 등장인물을 보고 느낀 생동감과 현장감이 묻어나는 것은 그런 연유다.

“‘득량’은 제목을 넘어 남도 전체를 상징하는 풍요를 담고 있습니다. 바람처럼 떠나고 싶은 상생의 바다, 그 확장성을 위해 ‘득량’이라고 제목을 붙였던 거죠.”

한편 북토크가 오는 13일 오후 7시 광주 동명동 산수책방 꽃이피다에서 열린다.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