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 개발자 부족 사태에 지역 IT 기업 ‘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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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한 몸’ 개발자 부족 사태에 지역 IT 기업 ‘시름’
인공지능 중심도시 무색, 개발자 태부족
일 배워 수도권 이탈…경력자 스카웃도 빈번
2023년 03월 18일(토) 12:00
/클립아트코리아
“새로 뽑아 일 가르쳐 놓으면 떠나고, 참 사업하기 힘드네요.”

광주지역 IT기업 김모(50) 대표는 최근 개발 업무를 담당하던 4년차 직원이 퇴사했다고 푸념했다. 이런 일이 얼마나 비일비재한 지 그는 이미 체념한 표정이었다.

김 대표는 “개발 업무 경험이 없는 신규 직원으로 채용해 4년간 공들여 직접 일을 가르쳤던 친구다”며 “수도권으로 이직을 막아보기 위해 연봉을 올려주겠다고 해도 결국 떠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광주에서는 개발자가 귀하다”며 “연봉을 올려주더라도 붙잡고 싶으나 수도권으로 이직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인공지능 중심 도시’를 외치는 광주에 아이러니하게도 개발자가 없어 스타트업 등 지역 소규모 IT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공지능 산업 등이 커지면서 개발자 수요는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광주지역 개발자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버리고 있어서다. 워낙 개발 인력이 없는 탓에 이제 막 코딩 등 취업교육을 끝낸 신규 직원을 채용해 일을 가르치며 키워내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렇게 공들여 인력을 키워도 결국에는 또 다시 수도권으로 이직해 떠나버리고 있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높다.

광주의 또 다른 스타트업 나모(36)씨도 개발인력 부족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창업 3년차인 그는 지난해부터 10명의 개발자를 채용하려고 했으나 아직 4명 밖에 뽑지 못했다. 경력이 있는 ‘경력자’는 원하는 수준의 연봉을 맞춰줄 수 없을 정도로 개발자 급여 수준도 높아졌다고 한다. 또 신입 개발자는 아예 프로그램을 사용해본 적도 없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나 대표는 “학원에서 배운 코딩 실력으로 회사에 들어오면 당장 일을 시키지도 못한다”며 “어차피 가르쳐도 2~3년 뒤면 또 수도권으로 이직해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개발자가 없는 탓에 지역 업계에서는 스카웃 사례도 빈번하다.

중소 IT기업 최모(45) 대표는 “스카웃하기 위해 반년을 접촉했는데 쉽게 오려고 하지 않는다”며 “개발자가 귀해지면서 급여수준도 높아져 기업들의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지역 내 개발자 부족 현상은 최근의 일이 아니지만 AI관련 산업 확장하면서 기존 오래된 시스템들이 고도화돼 중급 이상 실력을 갖춘 개발인력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다. 전국적으로 중급 이상 개발자 수요가 늘면서 대규모 투자금을 받았던 스타트업과 IT 대기업에서 개발자를 흡수, 수도권의 중견 기업들은 지방의 인력을 빨아들이는 악순환이 빚어지고 있다.

광주전남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광주에서 인공지능 산업 육성을 위해 개발인력을 키워내고 있으나 정작 지역을 다 떠나버리고 있다”며 “지역인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정책이 뒷받침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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