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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트 - 에르난 디아스지음·강동혁 옮김
2023년 03월 17일(금) 14:00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로도 알려진 아쿠타카와 류스노케의 소설 ‘라쇼몽’은 동일한 사건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그려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첫 작품 ‘먼 곳에서’가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문단의 주목을 받은 에르난 디아스의 장편소설 ‘트러스트’는 20세기 초 미국 월 스트리트를 지배했던 앤드루 베벨과 밀드레드 베벨 부부에 대해 네 가지 사로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뉴욕타임즈’, ‘타임’ 등 올해의 책 톱 10을 비롯해 36개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고, HBO 시리즈로 제작될 예정이다.

책은 소설, 자서전, 회고록, 일기 형식으로 등장인물의 이야기를 펼쳐나가면서 경제, 금융, 돈, 권력, 계급 등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첫 챕터 ‘채권’은 해럴드 배너라는 가상의 작가가 쓴 소설 형식이다. 담배 무역으로 성공해 부를 축적한 집안의 후손 밴저민 레스크로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어지는 ‘나의 인생 이야기’는 미완성 자서전이다. 앤드루 베벨, 즉 ‘채권’에 등장하는 벤저민 레스크의 실제 모델인 인물이 소설의 내용을 반박하며 자신의 삶과 아내 밀드레드와의 결혼생활에 대해 이야기한다. ‘회고록을 기억하며’는 아이다 파르텐자라의 글로 앤드루 베벨의 비서이자 자서전 대필작가로 일했던 경험을 회고록으로 풀어내며 그녀의 시각에서 본 베벨 부부의 모습 보여준다. 마지막 챕터 ‘선물’에서는 그동안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만 그려졌던 인물 밀드레드 베벨이 직접 쓴 일기가 등장한다.

소설은 각각의 이야기에 걸맞는 문체와 분위기를 구현, 정교하게 구축된 네 개의 이야기가 서로 영향을 끼치며 매끄러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문학동네·1만8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