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학생운동 주역 장재성 선생, 73년만에 명예회복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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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학생운동 주역 장재성 선생, 73년만에 명예회복 될까
[진실화해위 조사 개시]
학생비밀결사 성진회·출소 후 조선유학생연구회 결성 등 항일운동
광복 후 공산당 가입 전력에 6·25 때 총살…건국공로훈장 추서 불발
2023년 02월 12일(일) 20:30
장재성(오른쪽) 선생과 부인 박옥희씨. <장재성기념사업회 제공>
“역사적 진실이 밝혀져 할아버지의 명예가 회복 되길 바랍니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화위)가 광주학생독립운동을 이끌었던 고(故) 장재성(1908∼1950) 선생의 항일 독립운동에 대한 조사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접한 손자 장윤영(51)씨의 바람이다.

이번 진화위 조사를 계기로 지난 1962년 건국공로훈장 추서 대상자로 결정했다가 좌익 활동을 이유로 취소된 장재성 선생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이 다시 내려질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유족과 장재성기념사업회는 역사적 사실만을 가지고 판단할 수 있는 상훈법 개정을 정부와 국회차원에서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기 진화위는 지난 7일 제51차 위원회를 열고 ‘장재성의 광주학생운동을 통한 항일독립운동’ 등을 포함한 1358건에 대해 조사개시 결정을 내렸다.

1908년 광주에서 태어난 장재성 선생은 1926년 11월 학생비밀결사인 ‘성진회’를 결성해 일제에 저항하다 체포돼 학생독립운동 관련 최고 형량인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옥고를 치렀다.

장 선생은 광주고등보통학교(현 광주제일고) 재학 시절인 1926년 광주지역 학생 등의 항일 비밀운동 단체인 성진회를 조직했다. 그는 1929년 6월에 성진회를 독서회로 확대 개편해 활동을 이어갔다.

1929년 10월 30일 광주에서 나주로 가는 통학열차 안에서 일어난 한·일 학생들 간 충돌로 촉발된 흐름이 11월 3일 광주에서 학생독립운동으로 폭발했다.

광주고보 학생들은 메이지 왕의 생일 ‘명치일’ 기념식장에서 가미카제를 부르지 않고 신사참배를 거부하는 한편 일본인 학생들과 충돌 후 광주시내에서 항의시위를 벌였고 시위 소식이 전해지면서 전국으로 확산했다.

일제에 맞선 학생들의 동맹휴업(맹휴) 투쟁과 전국 학생운동의 중심에는 장 선생이 있었다. 장 선생은 ‘일본 학생의 한국인 여학생 희롱사건’이 벌어지자 격문을 배포하고 투쟁본부를 조직해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11월 12일 2차 항일 시위는 수업 시작 종을 신호로 일제히 교문 밖으로 뛰쳐나와 대규모로 진행됐다. 장 선생은 다음날 이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일제에 붙잡혀 구속됐다.

광주 1·2차 학생독립운동은 이후 12월 서울 등 전국으로 확산했고 이듬해 3월까지 이어졌다.

감옥에서 나온 뒤에도 장 선생은 일본에서 ‘조선유학생연구회’를 결성해 민족의식을 높이며 독립을 위해 노력했다.

장 선생은 광복 후 1948년 남북연석회의 해주대회 등에 참석해 줄곧 사회주의 활동을 이어갔다.

그러다 결국 1949년 남로당 가담 혐의로 사찰계 형사들에게 체포돼 7년 형을 선고받고 광주형무소에서 복역했으나 6·25전쟁 중 다른 정치범 수감자와 함께 총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43세 였던 장 선생은 시신조차 찾지 못한 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것이다.

이번 진화위 조사대상에 장 선생에 대한 조사가 포함되자 장재성기념사업회 측은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노성태 장재성기념사업회 이사는 “해방이전에 숨진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들은 서훈을 받았지만, 현행법상 해방이후 사회주의 활동을 한 독립운동가들은 아직도 정당한 예우를 받지 못했다”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조사를 통해 장재성 선생의 항일 운동 업적을 명확히 정립하고 그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내려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진화위는 장재성 선생에 대한 조사 이외에도 ‘완도·강진·광주·나주·담양·목포·무안·영광·영암·장흥·진도·함평·해남·화순과 전남 동부 7개 시군 군경에 의한 민간인 희생사건’, ‘박채영의 여수적색노동조합 항일독립운동’, ‘오홍탁의 전남운동협의회 항일독립운동’ 등의 사건에 대한 조사개시도 결정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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