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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2040] 연대로 ‘광주 정신’을 계승하자- 김 병 수 위민연구원 이사·광산구 인권팀장
2023년 01월 29일(일) 21:00
새해 초부터 교육부가 고시한 개정 사회과 교육 과정에서 ‘5·18 민주화운동’이 삭제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야당과 광주·전남 지역 국회의원들 그리고 시도민들은 삭제가 의도적인지를 두고 교육부의 책임인지 대통령의 의중인지 설왕설래하였다. 그도 그럴 것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시절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싣도록 하겠다며 공언했고, 당선 이후에는 국민의힘 의원 전원을 이끌고 5·18 국립묘지를 참배했기 때문에 적잖이 당황하였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5·18 민주화운동을 북한군이 개입했다고 주장했던 극우 뉴라이트 소속의 김광동 씨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장으로 윤 대통령이 임명한 게 5·18을 지우기 위한 전초 단계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상황이 이처럼 심각해지면서 이제 갓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당초 약속했던 5·18 민주화운동의 계승이 아닌 과거 보수 정권에서 행해졌던 5·18 폄훼와 훼손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고 있다.

사태의 논란을 제공했던 교육부는 교육 과정 대강화의 일환으로 적정화·간소화하자는 취지였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아무리 간소화라 할지라도 핵심 주제어를 삭제하는 게 맞는지에 대해서는 쉬이 설명되지 않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5·18 민주화운동은 올해로 43주기를 맞이한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 문화유산에 당당히 등재되어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에 모범적인 민주화운동의 사례로 기록되어지고, 민주주의를 염원하는 중국과 대만 홍콩 미얀마 등 아시아 국가에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불려지고 있지만 정작 우리 정부는 이를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광주시교육청은 최근 5월 관계자들과 연석 회의를 열고 5·18 민주화운동 교육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여기에 의견을 덧붙이자면, 광주만 할 것이 아니라 제주, 부산, 마산 등 국가 공권력에 희생당한 아픔을 겪고 우리나라 민주화를 이끈 지역들과 연대해 민주와 인권, 공동체 정신을 함양하고 세계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함께 교육할 것을 제안한다. 각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이런 작은 활동들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국가 발전과 세계 평화에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가 잇따르는 가운데 세상은 점점 더 극우로 치닫고 있다. 이기주의, 자국 우선주의가 팽배하는 세상에서 민주와 인권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피를 나누기 위해 줄지어 헌혈하고, 외부와 모든 것이 차단된 상황에서 저마다 한 줌의 쌀을 내고 주먹밥을 만들어 시민군에게 나누어 주었던 80년 5월 광주의 ‘대동 정신’이 그리워지는 이유다.

광주에 앞서 국가 폭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경험한 제주 역시 독특한 ‘괸당 문화’로 어려움을 극복해 왔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 외부 환경의 위협, 본토와의 차별에 맞서야 했던 제주 사람들은 4·3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이웃사촌 이상의 끈끈함으로 상부상조하며 아픔을 이겨내고자 했다.

그러나 1인 가구 증가, 개인주의 팽배, 디지털 세상 가속화 등 생활양식의 급격한 변화와 어려워지는 경제로 인한 팍팍함은 ‘광주 정신’으로 일컬어지던 공동체 정신과 ‘괸당 문화’를 점점 무력화시키고 있다. ‘나만 아니면 된다’ ‘지키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사회적 규범과 기초 질서마저 지키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세상이 이러니 어쩔 수 없다’ ‘내가 아니라 다행이다’라고 외면하는 자세는 상황 개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한때 식민 지배를 받았던 나라에서 아시아의 용으로, 세계 10위 경제 강국으로 거듭난 우리나라는 1인 독재, 1당 독재가 이어지고 있는 아시아 여러 나라에게 ‘민주화의 모델’이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역사 속에 자랑스럽게 우뚝 서기 위해서는 보다 지혜롭게 난관을 헤쳐 나가야 한다. 민주화를 이끈 도시와의 연대와 협력이 그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마침 윤상원 열사가 태어난 광산구는 올해 열사의 고향 천동마을에 ‘민주커뮤니티센터’를 개관할 예정이다. 5월 광주를 대변했던 윤 열사처럼 광주 정신을 함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