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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노동계 ‘강 대 강’ 대치
화물연대 총파업에 ‘업무개시명령’… 광주·전남 시멘트 업체 9곳 조사
노동계 “그릇된 노동관이 상황 악화 … 반 헌법적 결정 철회하라” 요구
2022년 11월 29일(화) 19:00
화물연대 광주본부가 29일 오후 광주 서구 기아차 광주공장 남문 앞에서 개최한 총파업 승리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지고 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화물연대 총파업에 대한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면서 정부와 노동계, 여·야가 대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업무개시명령은 불법종식명령이다”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을 압박했고, 노동계와 야당은 “과잉대응, 반헌법적 결정이다”며 철회를 요구했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되자 곧바로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는 시멘트업 운수 종사자 2500여명이며, 관련 운수사는 209곳이다.

이에 따라 광주·전남 시멘트 업체 9곳에도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졌다. 화물연대 측은 복귀명령을 거부하고 대응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이날 광주시와 전남도 등에 따르면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경찰 등으로 구성된 현장합동조사단은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광주 3개 시멘트 업체와 전남 6개 시멘트 업체를 방문했다. 이들은 운송업체와 거래하는 화물차주의 명단·주소를 파악하고 운송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현장 조사 과정에서 운송거부에 참여하는 화물차가 확인되면 번호판 검사와 추가 조사를 거쳐 해당 화물차주에게 명령서를 송달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정부는 오늘 우리 민생과 국가 경제에 초래될 더 심각한 위기를 막기 위해 부득이 시멘트 분야의 운송 거부자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경제는 한 번 멈추면 돌이키기 어렵고, 다시 궤도에 올리는 데는 많은 희생과 비용이 따른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서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는 것은 어떠한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특히 다른 운송 차량의 진·출입을 막고 운송 거부에 동참하지 않는 동료에게 쇠구슬을 쏴서 공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 위기 앞에 정부와 국민 노사의 마음이 다를 수 없다”며 “화물연대 여러분,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위치로 복귀해 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화물연대는 경제소생을 바라는 민생과 국민경제를 볼모 삼아 산업기반의 핏줄인 물류를 중단시켰다”며 “불법파업으로 나라 경제가 파탄 나고 국민의 고통·불안을 방치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부의 엄정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당내에서 잇따랐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복합위기 상황에서 파업이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는 회복이 불가능한 심각한 타격을 받고 민생은 파탄날 것”이라며 “민노총이 불법·탈법을 저질러도 처벌을 안 받는 시대는 지났다. 정부가 적절하게 타협하고 넘어가는 악순환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파국’을 경고하며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업무개시명령 발동 직후 성명에서 “대통령의 그릇된 노동관은 상황을 악화시키고 파국을 가져온다”라면서 명령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업무개시명령이 “상황을 더 극한으로 몰아갈 것이 뻔한 결정”이라면서 “결과의 책임은 전적으로 현 정부에 있음을 직시하고 이제라도 진정성 있는 자세로 대화와 교섭에 나서라”라고 주문했다. 민주노총은 업무개시명령이 화물노동자를 개인사업자로 봐온 그간 정부의 입장에도 배치된다고 거듭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약속을 파기한 것도 모자라 과잉대응으로 사태를 치킨게임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화물연대를 협상 가치조차 없는 집단으로 매도하고, 조합원과 비조합원 사이를 이간질했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런 상황에서 첫 교섭이 제대로 진행될 리 만무했다”며 “무능·무책임·무대책으로 일관한 정부의 태도가 사태 키웠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파업의 원인 제공자는 화물연대가 아닌 정부인데도 윤석열 정부는 대화 대신 협박만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의당은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정미 대표는 “지난 6월 정부는 노동자들에게 2개 품목에만 적용되는 안전운임제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 답을 내놔야지 난데없는 엄벌 타령에 업무개시명령이 가당키나 한 일이냐”고 반문했다.

/오광록 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