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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예술활동 적극 보듬어야- 박경동 광주문화재단 예술인보둠·소통센터 창작지원팀장
2022년 11월 18일(금) 00:15
2020년 광주광역시 등록 장애인 수는 7만 91명으로 광주 인구의 4.8%를 차지한다. 2013년 ‘광주광역시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가 제정되며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다.

우리 지역 장애 예술인이 몇 명인지, 생활 실태는 어떠한지, 정책 수요는 무엇인지는 아직 모른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가야 하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 지난 6월 광주문화재단은 장애예술인창작센터 ‘보둠’을 개소했고, 레지던스 입주 작가를 선발하여 지원하고 있다. 현재 음악·연극·문학 분야 장애인을 모집해 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4일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어울림의 장이자 결과 공유회인 ‘예술날개 페스티벌’(12월 2일까지)을 시작했다. 우리는 고난과 장애를 극복한 위대한 예술가를 알고 있다. 청각 장애를 딛고 불후의 명작을 작곡한 베토벤,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됐지만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한 프리다 칼로, 시각 장애인이지만 천상의 목소리로 전 세계를 감동시킨 안드레아 보첼리를 우리는 ‘위대한 예술가’라 부른다.

예술날개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과정을 보며 필자는 우리 지역의 위대한 예술가들을 가까이서 보고 있다. 지적·지체·시각 장애인 교육생 17명이 12주간 악기 연주 교육을 받아 오케스트라 공연을 준비했다. 악기를 처음 접해 본 사람이 태반이었고, 음을 맞춰 가는 과정이 더딜 수밖에 없음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연주를 들려주기 위한 혼신의 노력을 보며 예술이 주는 진한 감동을 느꼈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두 시간 전부터 나와 연기 연습에 몰두하고, 오로지 글로써 세상과 소통하기에 장애라는 제약을,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키는 작가의 작품을 만나며 예술의 너른 품 안에서는 모두가 자유롭고 평등함을 느꼈다.

그동안 장애인 문화예술에 대한 주요 의제는 기능 손상에 대한 치료적 의미와 예술을 통한 사회 적응력 강화 등으로 제한되어 문화예술 활동의 참관자 혹은 문화 복지 수혜 대상자로 여기는 한계를 보였다. 그러나 장애 예술인 지원 사업을 통해 만난 예술가들은 단순 향유자를 넘어 문화예술을 통해 자기 존재를 표현하는 적극적인 창작자였으며 자신의 삶과 역경을 예술을 통해 고양시키고 만족감을 높이며 주변인들에게 긍정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지난 14일부터 진행된 장애 예술인 축제 예술날개 페스티벌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긍정의 기운을 함께 느끼길 희망하는 이유다.

사실 문화예술 분야는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취약성이 명확히 드러났다. 창작 과정에서 집단 협업과 단체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외 교류 행사가 많고 밀폐된 장소에 최대한 많은 관객을 동원해야 수익을 얻는 구조이기에 정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은 더딜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무너진 예술가의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선 마켓 및 페어 등 유통 플랫폼을 확대해 실질적인 수입 구조를 확장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문화 활동을 장려하는 공공예술 프로젝트를 확대해 예술가가 설 자리를 늘려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가나 사회가 예술가로서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난한 예술인을 구제한다는 시혜적 지원이 아니라, 예술가로서 자존의 기본이 되는 ‘표현의 자유와 창작의 권리’를 보장하고 창작 동기를 북돋는 방식이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 지역에 40년간 창작 활동을 해 온 놀이패 신명과 같은 단체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 장애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이 많은 시민에게 사랑을 받고 성장했으면 한다. 무엇보다 코로나로 무너진 예술가의 일상이 회복되고 문화예술 생태계를 복원하는 노력을 함께해 나갔으면 한다. 미력하지만 이것이 우리의 소명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