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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단죄비’ 4m 옮기고 끝?
광주시 ‘서정주 시비 친일 단죄문’ 지하철 역 근처로 이설
허백련 친일 오해 불식 미지수…시 “더는 옮길 계획 없다”
2022년 09월 29일(목) 20:40
광주시 동구 학동삼거리 소공원에 있는 의재(毅齋) 허백련(1891~1976) 동상 앞에 친일파 서정주 시인의 단죄문이 설치돼 있다. 사진 왼쪽 아래는 서정주 시인이 쓴 시비.
의재 허백련선생 동상 앞 서정주 시비 친일 단죄문 설치논란<광주일보 5월 24일자 6면>과 관련해 광주시가 문제의 시비를 이설했다. 하지만 불과 4m 옮기는 데 그쳐 ‘언발에 오줌누기’식 해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광주시와 광주시 동구 등에 따르면 광주시 동구 학동소공원 의재 허백련 동상 앞에 있던 친일 단죄문은 최근 4m 떨어진 지하철 역 입구 근처로 옮겨졌다.

이설 작업은 지난 8월부터 진행된 학동 소공원 환경정비사업에 발맞춰 이뤄졌다. 이 사업은 예산 2억원을 들여 의재 허백련 동상을 세척하고 조경수 전정, 도로 재포장 등을 진행하는 사업으로 오는 12월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단죄문은 동상 앞 바닥에 새겨진 ‘의재도인 동상명’(毅齋度人 銅像銘)이라는 글귀를 서정주 시인이 작성했다는 이유로 설치됐다. 다만 “단죄문이 의재 선생을 친일파로 오해하게 만든다”는 지적에 따라 친일 잔재 조사 태스크포스(TF)에 의견을 물어 이설을 확정했다.

단죄문 이설이 오해 불식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광주시는 추후 단죄문을 옮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단죄문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면 전문가와 논의를 거쳐야 한다”면서도 “아직 단죄문을 다른 곳으로 옮긴다거나 전문가와 논의 할 계획은 없다. 논의는 필요하면 그 때가서 할 일이다”고 말했다.

환경정비사업 초기, 동상을 옮겨 무등산을 등지는 방향으로 설치하는 방안도 고려됐으나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시공사 측이 제기한 “이설 과정에서 병풍 등 조형물이 손상될 우려가 크다”는 지적에 따라 현 상태로 존치하기로 결정했다고 동구 관계자는 밝혔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