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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벨의 경고’ 벌써 잊었나요-최소원 전남대 불어불문과 4학년
2022년 09월 27일(화) 00:30
약 10년 전,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슈가 있다. 거식증을 앓던 프랑스의 모델 이사벨 카로가 28세의 나이로 사망하고 만 것이다. 165㎝라는 신장에 불과 31㎏밖에 나가지 않던 이사벨은 생전 거식증과 같은 섭식 장애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대중에게 알리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광고에 출연하였으나, 비교적 어린 나이에 영양실조로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패션업계 종사자였던 그녀의 죽음은 상당한 파장을 몰고 왔다. 그녀가 거식증을 앓게 된 데에는 패션업계의 책임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한국인 모델 최소라 역시 패션위크가 있는 4주간 음식물을 일절 섭취하지 않고 오로지 물과 차로만 허기를 달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패션쇼에 참여하기 위해 극단적인 식이요법을 강행하게 되었으나 모델이 업이 아닌 이들에겐 위험하니 절대 따라하지 말라고 한 그녀의 당부와 달리, 인터넷에선 일명 ‘최소라 다이어트’라는 다이어트 방법이 소소하게 유행하였다. 이 외에도 초절식으로 진행되는 ‘아이유 다이어트’ 등 절식 혹은 초절식과 관련된 다양한 극단적인 다이어트 방법이 현재까지도 유행처럼 퍼져 나가고 있다.

그리고 2020년 들어 ‘프로아나’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찬성을 뜻하는 ‘pro-’와 거식증을 의미하는 ‘anorexia’가 합쳐진 ‘pro-ana’는 거식증을 찬성하며, 마른 체형을 추구하기 때문에 거식증 치료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서구권에서 시작되어 SNS를 통해 점점 유행처럼 퍼져나가게 된 프로아나족은 깡마른 체구를 미의 기준으로 삼아 이를 위해 음식물 섭취를 거부하고 사람에 따라 이른바 ‘먹토’(먹고 토하기)를 반복하기도 한다.

프로아나 유행의 가장 큰 문제점은 프로아나족의 평균적인 연령대가 아직 성장기에 속한 10대부터 20대까지에 걸쳐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SNS로 쉽고 빠르게 정보 공유를 할 수 있기에 프로아나족의 수가 단기간에 넓은 범위로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 각종 SNS에 프로아나 계정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그중 청소년의 수도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사벨이 세상에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속했던 패션업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저변에 깔린 외모 지상주의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을 것이다. 미의 기준은 상이하며 또 오랜 시간 동안 사회문화적 발전 속에서 변동하고 축적되어 왔기에 우리는 외모 지상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으며, 외모 지상주의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인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거식증과 같은 섭식 장애까지 동반할 정도의 극단적인 외모 지상주의는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성장기의 청소년에게는 해로울 수밖에 없다.

고장 난 기계는 수리하면 되고, 낡아 버린 헝겊은 기우거나 새로 사면 된다. 하지만 인간의 관념과 가치관은 무언가를 조립하고 고치는 것처럼 간단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에서 집단으로 더 나은 방향성을 추구하며 진일보하면 최소한 퇴보할 일은 없을 것이다. 10년 전 이사벨이 던진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10년 후 우리 사회에서는 거식증이 유행하고 말았다. 이는 10년간 사회적으로 외모 지상주의의 반향이 더 크게 작용했으면 작용했지 줄어들지는 않았음을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다. 앞으로 10년 후 우리 사회에서는 무엇이 유행할 것이며, 또 무엇이 새로운 미의 기준으로 거듭날지 예측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는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갈 수도 혹은 물러설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17년에 유네스코와 아이돌 그룹 ‘방탄소년단’이 주도한 ‘love myself’ 캠페인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의 가치와 그 중요성을 세상에 알려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처럼 우리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으로부터 타인을 사랑하는 것으로 그 범위를 확대해 나갈 수 있다.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한 사회에서 우리는 가해자라는 주홍 글씨부터 지워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를 위해 오늘부터라도 나 자신과 사랑에 빠져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