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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사각지대, 공정한 주택 정책을
2022년 09월 21일(수) 00:45
소득 양극화와 인구 감소의 사회적 책임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하층 침수와 세 모녀 사건이 그것이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는 몰라도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거기에 고위 공직자의 다주택자 비율이 절반에 가까운 현실이 겹쳐져 보이기 때문이다.

지하층 침수로 인해 임대인 지인의 숨 가쁜 복구 현장 소식을 듣고, 임차인 희생자들의 고통의 깊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매해 들려오는 침수 소식은 지방과 수도권 중심부 등 구분 없이 올해는 한중일 3국에서도 같은 비극이 일상화되었다. 백 년, 오백 년 만이라는 기적 같은 현실 속에 살고 있다. 물 폭탄이 우리의 생활 근거지를 공격해 와 군인들까지 동원되는 전시 상황이 되어버렸다.

게다가 세 모녀 사건이 두 번씩이나 일어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공공지원 시스템 저편의 또 다른 소외된 집단 고독사이다. 이들이 거주하는 곳은 지하층과 공통된 경우가 많아 생계·주거 면에서 ‘복지의 사각지대’이다. 복지와 건설이 함께 풀어야 하는데 이를 해결해야 할 어느 중앙 부처는 선장조차 없어 복지부동 표류하고 있다. 삼풍과 성수대교가 급속 성장 과정의 물적 인적 상실이라면, 지하층 참사와 세 모녀 사건은 공동체 붕괴 과정의 물적 결핍에 의한 생명의 상실이다. 감소하는 인구에 젊은이들의 희생이 안타까움을 더한다.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위대한 건축가이다. 또 다시 세계를 놀라게 한 대한민국의 비상식적 삶에 대한 사회 개혁가로서 존경심을 금할 수 없다. 전문가들의 조언에도 미동도 않던 정부를 단숨에 움직이게 한 것이다. 그때는 단순한 흥밋거리였는데 이제는 사회문제로 다가온 발등의 불이 되었다. 광화문·강남 등 정치 경제의 중심부가 무대로 등장하니, 국민의 지지를 회복해야 할 정부의 핵심 과제로 대두되었다.

다주택자 커뮤니티의 지방 저가 주택 매입 싹쓸이가 60만여 지하층 거주자의 삶을 파괴하고 희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은 가설에 불과한 것일까? 인구 감소로 신음하는 지방 도시에 등장하는 떴다방의 출몰은 부동산의 가격을 폭등시켜 그들을 두 번 죽이고 있다. 지역 나름의 개성 있는 도시로 재도약하려는 지자체의 피나는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떠나갔다. 한국의 사회 주택(social housing)은 OECD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5% 수준에 불과하다. 매년 5만여 세대로는 부족하다. 이것이 영끌의 원인이며 전세 제도가 갭 투자를 부채질한 것이다.

종부세의 기준이 변화하고 있다. 고가 주택 등 가격 기준과 더불어 공공적 가치를 저해하는 다주택자들의 저가 주택 싹쓸이 행위를 규제하고 책임도 물어야 한다. 시장의 경제성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1기 신도시 재건축에 종합 정비 마스터 플랜을 2년 후에나 시작한다는 것의 상식적인 함의도 다시 한번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비정상 거주지 중 반지하 일몰제는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러나 그들은 부족한 자금과 기존의 생활 패턴 등의 이유로 공공 임대에도 부담을 느낀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시 재생 사업 방식으로 지하층 다세대 주택에 대한 건축 규제 완화를 통한 리모델링 사업 지원이 시급하다. 더불어 최근 SH공사가 반값에 개발 완료 선언한 25평 아파트의 실질 원가는 1억 5000만 원이란다. 유리한 입지의 토지 임대부 주택에 저렴한 공공 임대의 혼합 공급으로 무주택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지방 공기업도 반값 아파트 매입이 가능하도록 주택법을 조속히 개정해야 한다. 공정하고 상식적인 주택 정책은 정부의 실현 의지에 달려 있다.



이영석

전 광주대 건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