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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죽음 부른 학폭에 경종 울렸다
광주 모 고교생 학교서 반복된 폭력에 극단적 선택 1년 만에
광주지법, 고교생 등 10대 5명 법정 구속…나머지 5명도 유죄
재판부 “피고인들 법정서도 ‘장난이었다’ 주장해 엄벌 불가피”
2022년 06월 26일(일) 20:00
고교 1학년 때부터 1년 이상 같은 학교 친구를 괴롭혀 죽음으로 내몬<광주일보 2021년 7월 5일자 6면 등> 고교생 등 10대 5명이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학교폭력에 가담한 나머지 5명에게도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가해 학생들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것은 “학교에서 맞고 다닌 게 너무 서러웠다”는 유서를 남기고 피해 학생이 광주 어등산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지 꼬박 1년 만이다. <관련기사 2면>

광주지법 형사11부(재판장 박현수)는 지난 24일 공동폭행·강제추행·상습폭행·강요 혐의로 기소된 주범 김모(18)군 등 10명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김 군에 대해 장기 3년·단기 2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범행에 가담한 박모·정모(18)군 등 2명에 대해선 장기 2년·단기 1년의 징역형을 선고하고, 또 다른 박모·이모(18)군 등 2명은 장기 1년·단기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구속돼 재판을 받다 보석으로 풀려난 주범 김 군 등 2명의 보석을 취소하는 등 이날 실형을 선고한 가해자 5명을 모두 법정 구속했다.

나머지 3명의 가해 학생들에게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각각 벌금 300만원을 선고하고, 나머지 2명에게는 광주지방법원 소년부에 송치해 보호처분을 받도록 했다. 다만 이날 선고는 검찰이 지난 3월 결심 공판에서 가해 학생들에게 최고 징역 장기 5년, 단기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것과 비교하면 가볍지만, 판결 확정 전 미성년 피고인들을 무더기로 법정 구속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검찰 측이 제기한 공소 사실 44개 가운데 단 한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43개의 범죄 행위에 대해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학교에서 반복되는 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는 결국 2021년 6월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어머니에게 손을 흔들고 집을 나선 뒤 스스로 자신의 힘겨운 삶을 끝마쳤다”며 “이제 다음 주면 1주기가 되지만 피해자 부모님들은 ‘차라리 내 아들이 가해자가 되어 저 피고인들처럼 재판을 받고 있으면 좋겠다’면서 고통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법정에서까지 ‘장난이었다’ ‘남자들끼리 그럴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신들의 책임을 줄이려고 했다.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광주 A고교 학생이던 주범 김 군 등 10명이 피해 학생 B(사망 당시 17세)군에게 학교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한 것은 고교 1학년이던 2020년 6월이었다. 가해 학생들은 키가 180㎝가 넘고 몸무게가 90㎏에 달했지만 자기보다 작은 친구들이 장난을 쳐도 받아주는 피해 학생의 착하고 온순한 성격을 파고들었다.

교실 등 학교에서 수시로 피해자의 어깨를 주먹으로 때리고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힘껏 뺨을 때리고, 주짓수 기술로 기절할 때까지 목을 조르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다. 여러 명이 합세해 기절할 때까지 목을 조르는 등 괴롭히고, 이 과정을 휴대전화로 동영상을 찍어 SNS 단체 채팅방에 올려 웃음거리로 삼았다. B군 여자친구나 여동생을 언급하며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음란한 말도 수시로 했다.

때릴 듯 위협해 친구들 앞에서 춤을 추게 하거나, 목마를 태워 교내를 오가게 하고, 빵을 사오라는 심부름 등도 가해 학생들이 저지른 학교 폭력이었다. 신입생 시절부터 줄기찬 괴롭힘이 이어지면서 학교에선 피해 학생에게 ‘괴롭히기 좋은 녀석’이라는 꼬리표가 붙게 됐고, 같은 반 친구는 물론 다른 반 학생들, 심지어 다른 학교 학생까지도 피해자를 폭행했다. B군에 대한 학교 폭력은 때론 개별적으로 때론 집단으로, 때론 은밀하게 때론 친구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자행됐다.

일부 친구들은 수사기관 등에서 ‘주범’ 김 군에 대해 “점심 때 밥을 먹듯 일상적으로 피해자를 때렸고, 동물 대하듯 했다”고 증언했다. 다른 친구들이 피해자를 때리지 말라고 말리자 “○○(B군)는 맷집이 좋다. 너희들도 때려보라”고 권하기도 했다.

고교 1학년이던 2020년 6월 중순부터 시작된 학교 폭력은 1년 내내 이어졌고 결국 피해 학생 B군은 2021년 6월 29일 아침 집을 나선 뒤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이 사건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 학생들을 엄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고 20만명 이상이 동의하자 2020년 8월 정종철 교육부 차관은 관련법 정비 계획 등을 담은 입장을 발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유은혜 부총리겸 교육부장관이 가해 학생 엄정 조치, 2차피해 방지 강화 등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