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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나드 쇼의 묘비명-고 성 혁 시인
2022년 05월 25일(수) 00:45
떨어진 대통령 후보도, 당 대표도 찌라시 비슷하게라도 반성문을 썼다는 얘기를 못 들었다. 그런데 한 사람은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며, 또 한 사람은 용단이고 희생이라며 선거에 나섰다. 짝짜꿍, 지역구를 다정스럽게 주고받으면서. 쉽게 이기라는 것이겠지. 이거 뭔가 삼류 야바위 냄새가 나지 않은가. 찍은 사람들은 정작 애간장이 다 녹아 없어졌는데 무엇이 잘못됐다는 말 한 마디 없는 사람들의 욕심으로 복장이 터질 것 같다. 빠빠빠. 결과가 무엇인지 뻔히 알면서 문빠에서 다시 이빠로 대물림을 했구나. ‘졌잘싸’라고?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참혹한 상처가 선연한데 5년 동안 무얼 하고 있다가 ‘검수완박’이라며 탈당까지 시키나. 지하의 김대중, 노무현이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 양반들 정말 귀신에 씌었나!

아일랜드 출신 노벨문학상 작가 버나드 쇼(1856-1950)는 자신의 묘비에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라고 직접 주문해 새겼다. 며칠 남지 않은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어떤 성적을 거둘까. 대선 이후 우물쭈물 칠십오 일을 허송세월했으니 결과야 안 봐도 비디오다. 이쪽 빼면 저쪽이나 그쪽 모두 불 꺼진 항구다. 쯧쯧쯧. 혀 차는 소리, 울분을 터뜨리는 소리가 사방천지에 가득하다.

국민의힘의 젊디젊은 대표에게 대항할 논리가 그리도 없었을까. 우리 젊은이들을 이리저리 갈라 분쟁을 만들고 그것을 이용해 표를 얻은 것. 본질은 그것뿐인데 그걸로 그렇게 큰 이슈를 만들어주다니. 그래 놓고도 반성은커녕 희한한 명목으로 다시 선거에 뛰어들어 저잣거리를 휘젓는 사람들의 이 저녁, 으악새가 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다지 서글픈가. 뉴스 시간에 티브이를 끄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지는 게 맞다. 또 질 것이 뻔하다. 반성도 없고 과정마저 정의롭지 않은 사람들을 어찌 믿겠는가.

비아냥댄다고 나무라지 말라. “나는 당신의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걸 말할 수 있는 당신의 권리는 목숨을 걸고 옹호하겠다.” 볼테르의 말이다. 표현의 자유가 당신들을 지금의 자리로 호명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니 부디 귀를 세우고 들으라. 윤석열 내각을 보라고? 내각과 로펌을 왔다 갔다 하며 20억 원을 받았다는 한덕수 씨와 줄줄이 이어진 내각 구성원들의 궤적이 ‘조국’ 때보다 못하고, 대통령실을 모두 검찰 사람들로 채운 뒤 한동훈 씨의 편을 가른 인사로 마침내 검찰공화국이 되었다는 비판? 안다. 알고 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를 ‘아가패 인사’(아는 사람, 가까운 사람만 쓰는 패밀리 인사)라고 하지 않은가.

그 와중에서 광주·전남 출신이 차관 자리 하나를 차지했다. 용하디 용하다. 인사가 만사인데 이래가지고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이루어질까? 내로남불 때문에 정권을 잡아 놓고 그보다 더한 내로남불이라니. 이 정부의 형해화된 공정과 상식을 더는 얘기할 것 없지만 그것은 이쪽의 생각, 그 반대의 의견도 만만치 않다. 5·18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른 여당 인사들이 혹시 5·18의 헌법 전문 수록까지 이뤄낸다면 생각은 더 바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문재인 정부의 내각 임명도 별반 다르지 않았잖은가.

1987년만 기억하지 말기를. 최루탄 자욱한 거리를 두 주먹 불끈 쥐고 투쟁했던 건 당신들만이 아니다. 독선을 버리고 끊임없는 성찰과 혁신으로 민중과 함께 하기를. 제발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참혹한 결과를 잊지 말고 과정의 정의를 위해서도 힘쓰기를. 당신들이 그토록 존경하는 김대중의 준비된 비전, 노무현의 헌신과 희생은 어디로 갔는가. 턱도 없는 ‘20년 집권’의 교만을 버리고 노무현 이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 혁신의 길로 되돌아오기를. 제2의, 제3의 박지현을 영입하기를. 그 젊은이가 당신들보다 천 배 만 배 낫다는 걸 왜 당신들만 모르는가.

다시 버나드 쇼의 얘기로 돌아가자. 영문 번역가 최영범은 묘비문 중 ‘어슬렁거렸다’인 ‘stayed around’를 모 회사가 카피를 위해 일부러 ‘우물쭈물하다’로 오역했다고 말한다. 버나드 쇼의 묘비는 죽음을 벗 삼은 그의 예지였던 셈이다. 민주당, 우리는 당신들의 볼모가 아니다. 제발 뒤로 가지 마라. 지금이라도 반성하라. 부디 민심 앞에 겸손하라. 그것이 당신들을 구원하는 생명줄이다. 쯧쯧. (버나드 쇼의 묘비 원문: I knew if I stayed around long enough, something like this would happen-살 만큼 살다 보면 이렇게 될 줄 이미 알고 있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