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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의료계 덮친 백내장 수술 보험 사기-채희종 정치담당 편집국장
2022년 05월 17일(화) 22:00
“일부 비양심적인 안과 병의원들이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소개·알선·유인하거나 실비 청구 금액의 일부를 소개자나 환자에게 불법적으로 지불하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보험 사기입니다.”

최근 광주 지역 안과 병의원에 가면 볼 수 있는 배너 광고판과 포스터 내용의 일부이다. 일반적으로 안과 로비에는 라식·라섹·안성형 등 안과 진료 및 수술을 홍보하는 현수막이나 광고물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대다수 안과 병의원에는 ‘백내장 수술 보험 사기 유발 금지 행위’‘백내장 수술 알고 합시다’‘보험 사기 및 환자 유인 행위’ 등의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한쪽을 차지하고 있다. 모두 대한안과의사회가 제작·배포한 것이다.

보험금 때문에 백내장 없어도 수술

지역 안과들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에 광주 지역에 개원 주체를 알 수 없는 안과 몇 곳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전남대 의대와 조선대 의대가 주축을 이루는 개원가의 특성상 새로운 병의원이 생길 때는 의료진 면면은 물론 지분 구조 등 모든 것이 알려지는 것이 상례이다. 하지만 이들 안과들은 개원 당시 경영 구조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광주 지역 안과 개원의들은 수년 전 부산이나 다른 대도시에 수도권 자본의 안과 병의원들이 들어서 2~3년간 집중적으로 백내장 수술만을 한 후에 병원을 접은 사례가 있어 광주에서도 똑같은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공교롭게도 상당수 광주 지역 안과 병의원들의 의사나 상담사들에게 상당수 이상한(?) 환자들이 찾아온 시점이 지난해 연말부터라고 한다. 특정 몇몇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공통적으로 “(그곳에서) 실손보험이 된다고 해서 수술을 했는데, 보험사가 보험 대상 범위에 들지 않는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한다”며 어떻게 해야 되는 지를 묻거나 심지어 보험 지급 대상의 백내장 상태임을 적시한 진단서를 발급해 달라는 요구마저 했다는 것이다.

취재를 종합해 보면, 일부 몇몇 안과들이 아예 백내장이 없거나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의 미미한 환자를 상대로 백내장 수술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백내장 수술을 하면서 1000만 원이 넘는 고가의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을 보험 처리가 된다며 권유하는 사례가 많은데 문제는 이같이 미심쩍은 수술이 급증하자 보험사의 감독이 강화됐고, 이로 인해 공짜 수술을 기대했던 환자는 보험비를 받지 못해 병원에 항의하는 일마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흔한 백내장 수술 사기 형태는 수술비 환급을 조건으로 실손보험 환자들을 유인, 시력 교정용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을 권유하는 것이다. 특히 이들 안과는 실손보험 가입자를 유인해야 하는 탓에 개인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보험설계사나 전문 브로커 고용이 필수이며, 실적을 올리기 위해 백내장이 없는 눈까지 손대면서 ‘생내장 수술’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시력 교정을 겸한 백내장 수술은 대부분의 안과들이 800만 원대의 비용을 받고 있지만 문제의 몇몇 안과들은 50% 이상 비싼 1200~1300만 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술 환자를 유인해온 보험설계사나 브로커, 직원들에게 100~200만 원을, 심지어 수술받은 환자에게 100~150만 원가량을 되돌려 주는 곳도 있다고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을 공짜로 하고 돈까지 버는 셈이니, 보험 사기임을 알아도 유혹에 넘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이다.

설계사 통해 실손보험 가입자 유인

문제는 이처럼 빈발하는 보험 사기로 인해 결국은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선량한 사람들이 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것이다. 더욱이 필요 없는 백내장 수술은 환자 눈 건강에 해롭고,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보다 못한 금융감독원과 생명·손해보험협회가 최근 최대 3000만 원의 백내장 수술 보험 사기 신고 포상금을 내걸었다. 포상금 3000만 원은 탈옥수 신창원이나 연쇄살인마 유영철 정도의 흉악범들에 해당하는 현상 수배금 규모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요양병원 보험 사기로 오명을 쓰고 있는 광주가 일부 극소수 비양심적인 안과들로 인해 대다수의 선량한 안과 개원의까지 매도당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경찰과 보험 및 금융 당국은 신고나 제보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보험 사기 근절을 위해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야 한다. 일반 안과보다 절반 이상 수술비를 더 받는 안과를 대상으로 조사하면 과도한 검사비와 재료비 등 과잉 진료는 물론 ‘생내장 수술’에 대한 진술 확보, 보험설계사와의 연결 고리를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과 보험 사기는 고도의 지능 범죄가 아니다. 수사 당국과 금융 당국의 의지만 있으면 근절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