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아카데미- 김정운 문화심리학 박사 ‘행복의 조건’] “하고 싶은 게 없다고요? 하기 싫은 것부터 멈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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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아카데미- 김정운 문화심리학 박사 ‘행복의 조건’] “하고 싶은 게 없다고요? 하기 싫은 것부터 멈춰요”
그림 배우려 교수 그만둔 것
제 인생 가장 잘한 일이었죠
남의 ‘즐거운 정서’ 공감하고
자신의 에피소드 만드세요
2022년 04월 20일(수) 21:10
김정운 박사가 지난 19일 오후 7시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광주일보 제10기 리더스아카데미 강사로 나서 ‘행복의 조건’에 대해 강연했다. /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행복은 뭘까?’ ‘어떤 상태가 행복한 상태일까?’ ‘혼자서 행복할 수 있을까?’

김정운(60·사진) 문화심리학 박사가 지난 19일 오후 7시 광주시 서구 치평동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에서 열린 광주일보 제10기 리더스아카데미에서 ‘행복의 조건’을 주제로 강연했다.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심리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김 박사는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 ‘에디톨로지’ 등을 쓴 스타 강사다.

김 박사는 이날 강연에서 어떻게 하면 삶이 행복해 지고,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특유의 입담으로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3년차, 코로나 19는 나에게 ‘인간관계’와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더라”고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현재 서울을 벗어나 여수의 한 섬에서 그림을 그리며 지낸다는 김 박사는 “사실 행복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돈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자동차 기름 넣는데 무리가 없을 정도면 충분하다. 그 이상 가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행복을 결정하는 요소는 성격 등과 같은 ‘유전적 요인’이 50%를 차지하며, 이어 ‘행복해지려는 노력’ 40%, 경제적 풍요 등과 같은 ‘외적 요인’ 10% 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생을 즐겁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스스로 행복한 삶을 느끼는 것’”이라며 행복하게 살기 위한 여섯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상대방과 웃음과 기쁨을 나누는 정서 공유,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정의, 즐거운 습관을 만드는 것, 공부하기, 삶의 맥락 바꾸기, 감탄하기 등이다.

김 박사는 “즐거운 정서를 같이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행복해진다”며 인간은 날 때부터 뇌 속에 거울 뉴런이라는 것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거울처럼 상대방의 정서표현을 흉내 내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가족, 친구와 정서를 공유하는 것이 행복을 위한 길이라고 말하며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의 원인으로 정서 공유 부족을 꼽았다.

그는 또 내가 좋아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좋아하는 것을 공부할 때 행복감을 느낄 수 있다며 그가 10년 전 교수를 그만두고 그림을 배우기위해 일본 유학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가 50살이 됐을 때 큰 결심을 했어요. 인간이 100년을 사는데 50년 삶을 돌아보니 한번도 내가 주체적으로 무언가 결정을 해본 적이 없더라고요. 이제부터라도 내가 하고싶은 일만 하겠다고 결심했죠. 근데 문제가 생겼어요. 하고싶은 일이 없는거예요. 그래서 ‘하기 싫은 일이라도 하지 말자’라고 결심하고 생각해보니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제일 싫더라고요. 그래서 그만두고 일본으로 건너가 4년간 미술공부를 했습니다. 지나고 보니 교수를 그만 둔 일이 제 인생에서 제일 잘 한 일이더라고요.”

김 박사는 일상에서 재미를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침실 시트커버를 바꾸거나 조명을 새로 설치하는 등 사소한 것에 재미를 느끼고, 그 재미를 추구하는 삶이야말로 행복의 첫 걸음이라는 것이다.

이어 ‘즐거운 습관’을 가지라고 이야기하며 행복의 결정 요소는 ‘강도’가 아닌 ‘빈도’라고 설명했다. 사소한 것에 감탄하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자주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인생에서 특별한 이벤트는 10년에 한번 또는 그보다 더 적게 발생합니다. 그래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야해요. 저는 아침식사만은 꼭 가족과 함께해요. 아내는 빵을 굽고, 아이들은 음악을 틀죠. 저는 커피를 내립니다. 가족들과 함께 아침을 먹을 때면 정말 기분이 좋아요. 아침마다 식탁에서 나의 행복이 확인되는 겁니다.”

그는 또 “나는 책 모으는 일이 재미있어서 전 세계 여러나라의 책을 사러 여행을 다니기 위해 언어 공부를 한다”며 영어, 수학 등 학창시절 했던 공부가 아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인생을 바꾸려면 공간을 바꾸라’고 조언하면서 고(故) 이어령 교수와의 만남에 대해 들려줬다.

“제가 2019년 여수에 내려왔어요. 화실도 만들고 서재도 멋지게 지었죠. 그런데 그 다음해 태풍으로 인해 서재가 무너지고 책이 다 젖어 볼 수가 없게 됐어요.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런 일을 이어령 선생님께 말했더니 ‘잘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이유를 물어보니 나만의 이야기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거예요. ‘인생은 이야기’라는 겁니다. 나만의 에피소드가 많은 사람이 행복하다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감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감탄을 하면 감탄할 일이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생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영유아의 성장과정을 예시로 들며 “부모는 아기가 처음 ‘엄마’라고 말하거나 걸음마를 시작하는 등 변화를 느끼면 끊임없이 감탄하고 아이는 그 감탄의 영향으로 계속 성장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그 역시 “내가 재미있는 강연을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청중들의 감탄과 반응이 있기 때문”이라며 “감탄에서 힘을 얻어 유쾌한 강연을 할 수 있고, 강연을 잘 하게 되는 것이다”고 말하며 강연을 마쳤다.

한편 광주일보 제10기 리더스아카데미 다음 강연은 26일 광주시 남구 행암동 어반브룩에서 열리며 ‘원우의 밤’(음악회) 행사로 꾸며진다.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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