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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선의 ‘보이지 않는 손’-한국환 경영학 박사
2022년 03월 23일(수) 01:00
‘코로나19’와의 전쟁 3년째인 올해 우리는 중대한 길목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상위 두 후보 지지율이 초박빙이어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정권 심판론’을 앞세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득표율 48.56%)가 ‘정치 교체’를 외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득표율 47.83%)를 따돌리고 0.73%포인트의 역대 최소 득표율 차이로 신승했다. 결국 ‘정권 심판론’이 ‘정치 교체론’ 보다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번 대선에서 표출된 민심은 상위 두 후보에게 고르게 표를 주어 둘 사이의 균형추를 잡아 주었다. 정권 교체를 하되 정권 심판 요구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에는 따끔한 회초리며 국민의힘에는 겸손과 협치의 주문이다. 이는 윤 당선인이 자신을 택하지 않은 절반 이상의 표심을 신중히 돌아보며 국정 운영에 더 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승패의 차이 24만 7077표는 곧 국민의 뜻이며, 경제학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동되었다. 즉 치열한 경쟁이었지만 양당 모두 교만하지 말고 서로 협치하라는 명령이었다. 그런데 또 다른 표심은 여야, 진보와 보수, 세대별로 겪는 심한 갈등을 투영했다. 역대 대선 사상 가장 작은 표 차이는 국민 분열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투표자들이 주권의 담지자로서 냉철하게 절대적 권한을 행사한 결과다.

결국 윤 당선인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국민 갈등의 일시적 봉합이 아닌 소통과 통합이다. 이번 선거로 크게 갈라져 통합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군다나 윤 당선인은 정치·행정 경험이 없고 국가 발전의 비전을 뚜렷이 제시하지 못했으며, 정책 준비가 미흡한 것도 큰 리스크다. 더욱이 젠더·노동·외교·안보 등에서 우려를 자아냈고,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에는 여성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전 국민이 갈망하는 검찰 개혁 대신 검찰권 강화를 위한 법무장관 수사 지휘권 폐지, 자신이 검찰총장으로 몸담은 현 정권에 대한 적폐 수사 언급 등은 국민 갈등을 더 부추겼다. 또한 추구하는 개혁이 현 정부 정책을 모두 부정하는 모양새이며, 몇몇 부서의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폐기가 능사는 아니다. 미흡한 부분은 수정·보완하며 개혁과 국민 통합을 위한 대안을 내놓으면 된다. 국가의 미래를 디자인하고 각 정책을 조율하는 국가 최고 통치자의 리더십은 거시적으로 신중히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한편 외교·안보에서도 우리가 지금까지 활용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패러다임을 바꿔 세계 10위 경제 대국으로서 다양한 외교를 펼쳐야 한다. 특히 미·중 갈등과 미·러 대립, 그리고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강대국 패권주의와 신 냉전 구도의 전환기에서 외교력은 당선인의 자질과 능력에 대한 시험대이기도 하다. 따라서 내적으로 갈등 치유와 협치, 그리고 외적으로 선진국으로서 폭넓은 외교 전략이 정치 성패를 가를 핵심 포인트다.

국민은 곧 출범할 새 정부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첫 출발인 청와대 집무실 이전 계획이 일방적 강행으로 추진되고 있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인터넷·SNS시대에 당선인의 의지와 자세가 문제이지 물리적 장소는 부차적인 것이다. 오미크론 확산, 우크라이나 전쟁 등 엄중한 상황에서 시급한 민생 해결책이 최우선인 이 때에 집무실 이전이 본인이 강조하는 ‘공정과 상식’에 부합하는지 의심스럽다.

모든 역량을 국정 과제와 대선 공약 정리, 정부 조직과 기능 정비, 국무위원 후보자 검증 등에 쏟아 부어야 할 시간에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하는 일이 통합이 아니라 국민 갈등과 혼란을 일으키는 느낌이다. 지금이라도 대선 민심의 뜻을 잘 살피면서 ‘대한민국, 다시 도약하자’는 목표를 되새기고 이를 위한 정책 실행을 더 고민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