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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 순례, 침묵 속 목소리…농아 사진작가의 경계 넘은 진정한 소통
사이토 하루미치 지음
김영현 옮김
2022년 01월 22일(토) 18:00
“나에게 사진을 찍는 것은, 잃어버린 ‘목소리’를 다시 한번 순례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목소리는 전해지지 않고 ‘스며들어 이미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이토 하루미치는 농인 사진작가다. 두 살 때 청각장애를 진단 받은 그는 일반학교에 다니며‘ 듣는 사람’이 되려 노력했지만, 삶은 녹록치 않았다. 그의 삶은 고등학교를 농학교로 진학하며 변화하기 시작한다. 농아의 정체성을 받아들이고, ‘수어’와 만난 그는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고 타인과 대화하게 된 후 전업사진가가 된다.

사이토 하루미치의 신작 ‘목소리 순례’는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 진정한 내면의 목소리를 찾아가는 여정을 담은 에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청각장애를 극복하려 했던 어린 시절부터 장애를 인정하고 농인으로 살아가며 접한 다양한 언어와 감각에 대한 내밀한 고백을 전한다.

그가 가장 기쁜 순간은 “다양한 존재들을 만나서 ‘귀가 듣지 못하니, 이야기를 나눌 수 없어’라는 소극적인 생각을 가볍게 뛰어넘는 ‘목소리’를 알게될 때”였다. 그 행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사진이 곁에 있었고, 사진에는 다양한 목소리를 순례함으로써 맞이한 순간들이 담겼다.

아이와 함께 한 일상에서 새로운 ‘목소리’를 찾아냈던 일들을 담아 ‘서로 다른 기념일’을 이미 펴낸 그는 이번 책에 사진 작업을 하면서 만난 ‘목소리’의 에피소드들을 담았다. 장애인 레슬러들, 긴 포옹으로 인사를 나누는 다운 증후군 당사자, 자신만의 삶을 살면서도 타인을 향한 걱정과 기쁨을 전할 줄 아는 자폐성 장애인 등과의 만남을 통해 온몸의 감각으로 소통하려하는 이들의 삶을 살핀다.

그들의 ‘목소리’를 통해 새로운 대화의 가능성을 감지한 그는 “대화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수 없는 다름을 서로 받아들이면서 관계를 맺기 위한 행위”라고 정의한다.

역자 김영현은 이 책에 대해 “음성과 문자 너머에 있는 ‘광활한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보다 진취적이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책이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한다.

소설가 김연수는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속아 내가 감각하지 못하는 ‘지금 여기’의 세계는 얼마나 다채로운지 폭포수처럼 쉼 없이 흘러내리는 감각의 세계를 느끼지 못하는 건 어쩌면 우리일 수도 있겠다는 반전에서 타인을 향한 이해의 발판이 생긴다”고 추천사를 썼다.

일본어판과 달리 작가의 ‘목소리 순례’를 따라가는 데 이정표가 될 수 있도록 이번 책에는 저자의 사진첩에 수록된 사진들을 함께 수록했다.

<다다서재·1만6000원>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