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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아파트, 장애인·소방차 주차할 곳 없다
[장애인 주차 맘 편하게 못해요]
전용주차구역 의무 설치 해당 안돼··· 매일 휠체어 승하차 불편 호소
설치 요청했지만 입주민들 반대···“법 고쳐달라” 청와대 국민청원
[화재 때 소방차 진입 어려워요]
2018년 이전 사업승인 아파트···전용주차구역 설치 예외조항
규정 준수 아파트 파악도 안돼···긴급상황 발생시 대형사고 우려
2021년 11월 30일(화) 21:10
광주시 동구 지산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는 인도에 차량이 올라간 채로 주차돼 있고(왼쪽), 북구 두암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는 트럭이 아파트 단지내 놀이터까지 들어와 주차돼 있다. <광주일보 DB>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장애인은 전용 주차구역이 없어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소방차 전용주차구역도 2018년 이전에 지어진 아파트에서는 마음대로 주차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소급 적용을 막고 주차난 등을 고려한 규정이지만 자칫 법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용 주차공간은 커녕, 차량 세워둘 자리도 없어=최근 ‘모든 아파트에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을 고쳐달라’는 청원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왔다.

지난 2005년 7월 이전 준공된 아파트의 경우 장애인 주차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오래된 아파트에 사는 장애인들은 매일 주차로 인한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청원인 주장이다.

광주시 북구 770여세대 규모의 공동주택에 사는 50대 장애인 A씨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상황을 고려해 아파트측에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설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입주민 반대로 거부됐다. 주차 공간이 부족한데 특정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비워둘 수는 없다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장애인 주차 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하는 공동주택은 2005년 7월 이후 지어진 경우에만 해당된다.

A씨가 사는 아파트는 1991년 준공된 아파트로, 장애인 전용주차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 입주민들 동의를 받아 전용 주차 공간을 마련할 수 있지만 주민들은 심각한 주차난을 들어 특정 공간을 비워두는 게 맞지 않아 전용주차구역 조성에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A씨는 휠체어를 이용해 생활하면서도 매일 주차 공간을 찾아 단지 곳곳을 헤매야 하는 형편이다. 광주지역 1176개 공동주택 중 2005년 7월 이전에 건설된 아파트는 대략 850여개. 이들 아파트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장애인 주차 구역 설치 여부를 선택할 수 있어 설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차공간 부족을 이유로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을 의무적으로 설치하지 않아도 제재를 받지 않는데다, 광주시도 관련 통계조차 파악하지 않는 등 무관심하다는 게 장애인단체측 설명이다.

광주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성우 사무국장은 “오래된 아파트를 포함해 모든 아파트에 전용주차구역을 두도록 관련 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바뀌지 않고 있다”면서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장애를 가진 이웃이 느끼는 불편함을 덜어주는 방안을 고민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말뿐인 소방차 전용주차구역 주차금지=화재 발생 시 속한 대응을 위해 공동주택 내 ‘소방자동차 전용구역’ 을 조성하고 여기에 주차하는 일반 차량에 대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소방기본법도 유명무실한 상태다.

정부는 2018년 8월 이후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이 난 1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대해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을 의무사항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2018년 이전 사업계획이 승인된 아파트에 대해서는 적용받지 않는다. 물론, 자체적으로 노란색 실선으로 공간을 만들어놓은 아파트가 있지만 규격(폭 6m)도 못 미치고 사실상 일반차량 주차가 가능하다보니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광주시도 해당 규정을 준수하는 아파트 통계조차 확보하지 못했고 소방당국도 주차난을 감안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양새다. 실효성이 없는 점은 소방당국도 알고 있다.

광주시소방본부 관계자도 “소방자동차 전용구역은 주차면적이 적고 부지가 비좁은 구도심 아파트들에서는 새로 설치하기 어렵고 권고사항이라 강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하지만 신속한 화재 진압 및 인명 구조를 위해 마련한 규정이라는 점에서 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