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승패의 이유
2021년 10월 22일(금) 02:00
“행복한 가정은 모두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불행한 이유가 제각각 다르다.” 톨스토이가 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이다. 그는 행복한 가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필수 요소를 갖춰야 하는데 어느 하나라도 부족하면 불행해진다고 했다. 지금의 한국 사회를 예로 들면 행복의 조건이 건강, 외모, 돈, 지위, 학벌 등이라고 가정할 때 이 중에서 한두 개만 빠져도 불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화생물학자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총, 균, 쇠’에서 톨스토이의 이 문장을 이용해 ‘안나 카레니나 법칙’을 만들었다. 그는 ‘야생동물의 가축화’ 과정에서 어떤 동물은 가축이 되지만 어떤 동물은 야생동물로 남는다고 한다. 야생동물 중 효율적인 식성, 빠른 성장 속도, 감금 상태에서 번식, 인간에 대한 비공격성, 예민하지 않는 신경, 바람직한 사회성이라는 여섯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는 종만이 가축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성공은 여러 가지 요소를 모두 갖추어야 가능하며 어느 한 가지 요소라도 갖추지 못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이론이다.

승패를 다투는 스포츠에도 ‘안나 카레니나 법칙’이 적용된다. 대체로 승리한 선수나 팀은 이기기 위한 여러 요소를 갖추고 있고, 패배한 선수나 팀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긴 팀들은 모두 그 이유가 엇비슷하지만 진 팀들은 그 원인이 제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스포츠 도시’ 광주를 연고로 하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프로축구 광주FC가 올 시즌 최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수·감독의 능력과 프런트의 지원 등 승리를 위한 필수 요소들이 부족, ‘안나 카레니나 법칙’에 따라 두 팀 모두 내년 시즌에도 여전히 ‘가축’이 아닌 ‘야생동물’로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야구와 축구에 상심한 광주 스포츠팬들에게도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여자 프로배구 신생팀 광주 AI 페퍼스가 창단 첫 경기에서부터 화끈하고 활기찬 경기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한 세트를 따내기도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단숨에 뒤집은 이들의 ‘유쾌한 반란’이 광주시민에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