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매년 매뉴얼만 만들고 실제 점검 ‘뒷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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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매년 매뉴얼만 만들고 실제 점검 ‘뒷전’
[직업계 고교생 꿈 짓밟는 현장실습 이대론 안된다] <2> 유명무실 안전 매뉴얼
학교는 ‘잠수 실습금지’ 알고도 학생 안전 외면
‘교육·안전관리’ 기업현장교사는 사업주가 맡아
근무시간 등 실습계획서와 달라도 제지장치 없어
2021년 10월 11일(월) 22:45
10일 오후 여수시 이순신 마리나 요트 선착장 인근에서 전국 특성화고 학생들이 모여 현장 실습중에 사망한 故 홍정운 군을 기리는 팻말을 든 채 추모제를 갖고 있다. 11일에도 여수와 서울·인천에서 촛불추모제가 열렸고, 오는 16일 홍군의 친구들과 전국의 특성화고 학생들이 모여 서울에서 추모 기자회견을 갖는다. <전국특성화고노조 전남지부(준) 제공>
직업계고교의 현장실습생에 대한 학교와 교육청의 안전 관리 매뉴얼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여수해양과학고 홍정운(18)군의 사망사고는 학교측이 학생들에게 금지된 잠수기술(작업)을 업체가 현장실습 과정에서 시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올해 광주 ·전남에서만 59개 직업계고에 다니는 687명의 어린 학생들이 현장실습생 신분으로 낯선 노동 현장으로 등교하고 있다는 점에서 학교와 교육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체대표가 ‘기업현장교사’?=지난 6일 여수에서 숨진 특성화고 학생 홍정운군이 현장실습을 나간 업체의 ‘기업현장교사’ 는 업체의 대표가 맡았다.

‘기업현장교사’는 지난 2018년 정부가 안전강화 방안으로 내놓은 정책으로 전공지식·기술을 현장에서 경험·적용 할 수 있도록 현장업체의 동일한 작업장 내의 현장 전문가를 지정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기업현장교사에게 1인당 월 40만원의 수당을 지급하면서까지 아이들의 실습 시간 중 교육과 안전관리를 전담시키고 있다.

하지만 여수 홍군 사망의 경우 현장실습과정에서 안전·근로 환경을 총괄하는 기업현장교사로 해당 업체 사업주를 지정했다는 점에서 제 역할을 기대하기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업체는 사실상 1인 기업으로, 대표가 모든 작업을 총괄하는 동시에 기업현장교사를 맡고 있어 안전 규정을 지키지 않아도 이를 사전에 막을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와 함께 교육청은 현장실습 ‘참여기업’의 구체적인 갯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장실습 기업의 선정절차에서 반드시 현장실사를 통과해야 하는 ‘선도기업’과는 달리, ‘참여기업’은 현장 실사 없이 학교 현장실습운영위에서 심의하도록 되어 있다. 노무사의 동행점검도 선도기업은 필수이나, 참여기업은 학교 선택사항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무소속 윤미향(비례)의원이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2021년도 현장실습 운영회의록’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노무사 없이 교사 6명(교장, 교감, 취업부장, 3학년 담임 3명)만이 참석한 실습운영위 소위원회를 열어 해당 요트업체를 현장실습 적격 업체로 통과시켰다.

심의 회의록에는 해당업체와 관련 “요트투어 업체로 해양레저과 교육과정과 연계해 학생들이 NCS 기반 과목인 잠수기술, 기관실무기초, 선박갑판관리, 요트조종에 대한 여러 실무적인 기술 습득이 가능할 것으로 사려돼 현장실습 파견업체로 적합하다고 판단됨”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한번도 없었던 순회지도=학교의 순회지도가 사전에 있었다면 홍군의 안타까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학교 측은 사전에 이 업체에 현장실습을 진행하기 위해 ‘현장실습산업체 방문조사카드’를 작성하기 위해 단 한차례만 방문했을 뿐, 학교는 순회지도는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순회지도 및 지도 점검을 통해 실제 실습이 실습협약이나 실습계획서와 다르게 운영되거나 현장 실습생의 안전을 저해할 요인이 발견되면 즉시 실습을 중단하고 업체를 고용노동부 등에 근로감독 요청을 할 수 있다.

홍군은 사업체와 주 35시간, 일 7시간, 최저임금을 조건으로 협약을 체결했었지만, 홍군의 아버지인 홍성기씨는 광주일보와의 취재에서 “아들의 퇴근 시간은 매일 밤 10시 전후로 거의 매일 같이 퇴근 시간에 맞춰서 데리러 갔다”고 말했다. 사전에 순회지도가 있었다면 홍군의 초과근무사실을 확인하고 현장학습을 중단시킬 수 있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홍군이 일을 시작한지 10일 정도 가량 밖에 되지 않아 순회지도는 하지 못했다”면서 “현장실습산업체 방문조사 카드 작성을 위해 한차례 방문 했을 때 실습 내용을 구체적으로 모니터링을 하지 못한 부분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교육당국 형식적인 매뉴얼만= 전남도 교육당국이 매년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매뉴얼’은 제정하지만 실제 점검은 뒷전이다. 또 현장실습의 안전관리 대책의 일환인 취업전담교사와 취업지원관의 경우 전남과 전북, 부산, 제주 등만이 기준에 미치고 못하는 실정이다.

‘2021 전라남도 직업계고 현장실습 운영 매뉴얼’에는 ‘기계·전기·화공·건설 등 위험 분야가 많은 직무인 경우에는 현장실습생이 독자적으로 실습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지만, 홍군은 특성화고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방안에 금지하고 있는 잠수작업을 독자적으로 실시 했다.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방안에는 ‘보트선체 관리’의 경우 선체에 부착된 따개비 등 생물 제거 활동은 금지하고 있다.

취업전담교사의 인력부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취업전담교사들은 대부분 취업부장으로 수업을 대신할 시간강사도 없어 수업은 수업대로 하고, 취업지도까지 겸해야 하는 등 제 역할을 하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직업계고 학생들의 현장실습 안전망 확보를 위해 1인-1기업 취업지원관제를 의무화하고, 실효성 있는 교육 지원을 위한 취업전담노무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등 교육계 및 산업계의 진심 어린 반성과 협력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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