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 실향민 16명 이야기 영상에 담아…30일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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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남구, 실향민 16명 이야기 영상에 담아…30일 상영회
“TV에 내 고향 개성 나오면 가슴 무너져”
그리움이 한이 된 구구절절 사연들 ‘먹먹’
2021년 09월 16일(목) 20:30
“임진강까지만 갔다가 한국군 들어올 때 따라들어오겠다고 어머님께 약속했는데…. 못지켰어.”

영상 속 김천수(89)씨는 어머니와 했던 약속을 70년째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읖조리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는 영상에서 앳된 16살짜리 소년이 흰 머리와 주름 깊게 파인 얼굴의 할아버지로 변하는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고향인 경기도 개성 사직동에서 떠나온 얘기를 10분 동안 이어갔다.

김씨는 “형님들한테 징집되니까 먼저 도망가라고 하면서 내가 어머니와 동생을 맡겠다고 했거든, 한국 전쟁 때 고향으로 돌아가려 했지만 최전방에서 군인들에 의해 제지됐다”고 했다. “피난와서 형님들을 만났는데, 엄마랑 동생 돌본다고 했던 나를 보니 놀랄 수 밖에 없지”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장면도 담겼다.

김씨는 이산가족 상봉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빠짐없이 신청했지만 단 한번도 선정되지 못했다고 했다. “TV에 개성이 나오면 정말 가슴이 무너져, 남은 일은 고향가서 동생 만날 일 밖에 없는데…”, “(엄마랑 동생 생각만 하면)슬프지, 눈물만 나오지, 몇 십년을 못봤는데, 동생들 명이 길면 통일이 되서 만나는 거고 아니면 못 만나는 거지”라는 말을 할 때는 슬픈 표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김씨는 광주시 남구가 관내 실향민들을 대상으로 추진한 ‘가족에게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라는 사업에 참여해 영상 편지를 썼다. 남구는 김씨 뿐 아니라 북녘에 가족을 둔 실향민 16명의 그리운 고향, 보고싶은 가족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영상 속 실향민들은 가족들 간 생이별 이야기, 수십년 간 고향을 떠나 가족을 그리워하는 힘으로 버텨낸 인생, 언젠가 만날 희망을 키우며 살아가는 이야기 등을 풀어놓았다.

이들의 영상은 향후 남북 교류시 북쪽 가족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오는 30일 오후 3시에는 이들과 영상을 함께 보는 상영회도 마련됐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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