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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권 국립의대 설립해 도민 건강권 보장해야
<8>의료서비스 차별 없어야
섬 많고 고령화…의료 접근성 꼴찌
17개 시·도 중 유일하게 의과대 없어
지역실정 맞는 의사 양성 대학 필요
정부·정치권·의사단체 협조 절실
광주일보·광주전남연구원 공동기획
2021년 08월 16일(월) 23:10
지난해 전남권 의과대학 유치 범도민 민간 유치위원회 출범식에 김영록 전라남도지사, 이용재 도의회 의장, 한상원 공동위원장, 시민ㆍ사회단체, 유관기관 관계자 등 참석자들이 전남권 의과대학 유치 성공 기원! 손펼침막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지난 6월 14일 진도의 조그만 섬 가사도에 해군함이 떴다. 섬마을 주민들의 코로나 19 백신 접종을 위해 군함까지 동원된 것이다. 3개의 수술실과 60여 개의 병실을 갖춘 한산도함은 거대한 백신접종센터로 변신해 14일부터 24일까지 여수시·완도군·진도군 등 3개 시·군 28개 섬 681명에 대한 해상 순회 접종을 무사히 마쳤다. 방역당국은 섬 주민의 불편을 덜기 위해 단 한 번으로 접종이 완료되는 얀센 백신을 제공했다.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전남의 열악한 의료 서비스 환경이 다시 주목받으면서 전남권 국립 의과대학 신설 요구가 커지고 있다. 건강 지표 전국 최하위, 의료 인프라 및 의사 태부족 상황을 개선할 최적의 카드가 국립 의대 및 부속병원 설치이기 때문이다. 사는 곳에 관계없이 누구나 의사에게 치료받고 건강하게 삶을 누릴 권리를 보장하는 데 있어 첫 단추는 전남권 의대 신설이라는 것이다. 전국 40개 의과대학이 전남을 제외한 16개 시도에서만 운영되는 불균형을 조속히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정부의 결단과 정치권, 의사단체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12일 전남도와 광주전남연구원에 따르면 전남도는 지난 6월 21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민주당 소속 전남 국회의원과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지역 현안 사업 지원 건의 목록 맨 상단에 전남권 국립의대 설립을 올려두고 당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전남도가 수년째 전남권 국립 의대 신설을 정부, 여당에 요구하는 이유는 열악한 의료 서비스 환경 때문에 도민의 건강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각종 의료지표로 여실히 드러난다. 전남지역의 기대수명은 80.7세로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낮다. 최고인 서울(83.3세)과는 2.6년 차다. 1인당 의료비 역시 241만원으로 전국 1위이며, 최저인 경기지역(161만7000원)의 1.5배에 달하고 있다.

의료 접근성도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전국 응급의료 취약 시·군 99곳 가운데 17곳이 전남 22개 시군에 쏠려 있다. 10만 명당 치료가능사망자도 전국 평균은 50.4명인데 전남은 54명에 이른다. 만성질환이 많고 의료 수요가 많은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도 2019년 기준, 22.9%로 전국 최고 수준이다.

상급 종합병원이 없어 중증환자 진료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인구 10만 명당 전문의 수는 뇌혈관의 경우 0명, 소아외과 0명, 응급의학과 1.4명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다. 연간 80만명(누적)의 도민이 치료를 위해 타지역으로 가서 약 1.5조원을 지출하고 있다는 전남도 조사 결과도 있다.

전국 3348개의 섬 가운데 64.7%에 해당하는 2165개의 섬이 전남에 산재해 있다는 점도 전남권 의대 신설 목소리에 힘을 싣는다. 전남 실정에 맞는 의사를 신설될 전남권 의대에서 양성해 전남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의료계도 전남권 의대 설립은 찬성하는 분위기다.

임준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지난 5월 21일 목포 김대중 노벨평화상 기념관에서 열린 ‘전남도 국립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도민토론회’에서 “전남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곳”이라며 “인근 광주지역 의대에서 의사를 양성한다고 해도 졸업 후 수도권이나 광주에서 대다수가 근무해 전남지역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다”며 전남권 의대 설립에 힘을 실었다.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는 “현재의 의대 교육과정으로는 필수 의료 인력 양성이 불가능하다”며 “의료취약지 특성(섬과 농촌 등)에 맞는 교육과정을 도입한 대학 설립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진이 광주전남연구원 농어촌활력연구실장은 “국립대병원이 없는 지역은 의료 인프라와 의료비 불평등이 존재한다”며 “전남권 국립 의대 신설로 지역 필수 의료 분야 의료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지역 간 의료 격차가 해소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제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도 전남권 의대 신설이 필요하다는 데는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지역균형뉴딜투어 첫 방문지로 신안에 와서 “전라남도 의과대학 신설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고 밝혔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12월 11일 총리 재임 당시 목포의료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남에만 의대가 없는 것은 이상하다. 전남권 의대 신설에 대한 정부 의지는 변함없다”고 확인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3월 8일 “전남권 의대 신설안을 의정 협의체와 논의에 포함해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와 민주당은 지난해 7월 ‘의대 정원 확대(10년간 4000명 추가) 및 공공의대 설립계획’을 내놓으면서 ‘의대 없는 지역은 의대 신설을 적극 검토,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으나, 계획 발표 2개월 만인 지난해 9월, 의사단체 집단 휴진에 밀려 원점 재검토 선언을 한 뒤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