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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선과 호남 민심-임동욱 선임기자 겸 서울취재본부장
2021년 08월 03일(화) 23:50
차기 대통령 선거가 불과 8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호남 민심의 움직임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호남 민심의 향배가 결국 민주당 대선 티켓의 주인공을 결정하고, 나아가 정권 재창출 여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일단 호남 민심의 현주소를 보면 아직 구체적 흐름을 형성하지는 않은 상황으로 보인다. 차기 대선과 관련한 각종 여론조사 결과, 호남 민심은 민주당 지지가 압도적인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지지를 놓고 고민하는 모습이다.

추석 전까지는 관망할 듯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를 받아 지난달 26~27일 전국 성인 2058명을 상대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신뢰 수준 95%·표본오차 ±2.2%포인트), 호남 지역에서 이재명 후보는 32.2%, 이낙연 후보는 30.7%의 지지율로 오차범위 내의 팽팽한 경쟁 양상을 나타냈다. 또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달 26~2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사 적합도 조사 결과(신뢰수준 95%표집오차 ±3.3%포인트), 호남에서 이재명 지사는 34%, 이낙연 전 대표는 31%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정치권에서는 호남 민심에 대해 아직까지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낙연 전 대표가 민주당 예비경선과 본경선 과정에서 차분하게 자신의 강점을 풀어 가면서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고 있지만 호남 민심은 아직 기대감을 보이는 정도라는 것이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개혁 및 사이다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하지 못하면서 호남 지지율이 일부 빠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이 지사의 ‘백제’ 발언 논란은 본의와는 상관없이 호남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진짜 호남 민심은 추석 직후에나 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올 추석 연휴는 다음 달 19일~23일인데, 민주당 광주·전남과 전북지역 경선이 바로 며칠 뒤인 25일과 26일에 치러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추석 연휴 호남의 이슈는 차기 대선과 민주당 경선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광주·전남과 전북 지역 경선에서는 지역 권리당원 및 대의원 투표 결과가 발표된다는 점에서 전반적인 호남 민심이 구체화된다고 볼 수 있다.

중원인 충청권 경선 이후에 이뤄지는 호남 지역 경선 결과는 전체적인 경선 구도를 뒤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10월3일에는 2차 국민·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2차 슈퍼위크) 결과가 발표되는데, 여기에는 호남 지역 경선 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결국 진보 진영의 심장인 호남 민심의 흐름이 민주당 경선의 종착역인 경기(10월9일)와 서울(10월10일) 경선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따라 민주당 예비주자들은 호남 민심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는 모습이다. 양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물론 후발주자들도 호남에서만 받쳐 준다면 막판 대역전극을 펼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차기 대선을 바라보는 호남 민심은 ‘정권 재창출’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민주당 대선 예비주자들에게는 지역 순회 경선 이전에 TV 토론 등을 통해 본선 경쟁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코로나19 이후를 이끌어 갈 수 있는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체제 구축을 위한 미래 정책 담론을 주도하고, 진영을 넘어 지역과 세대 및 젠더를 끌어안을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 제시가 요구되는 것이다. 여기에 지역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호남의 미래를 견인할 수 있는 보다 구체적인 공약 제시도 필요한 부분이다.

진보 진영 역량 결집해야

흔히 대선을 ‘미래에 대한 선택’이라고들 한다. 이는 대선이 단순한 후보들 간의 경쟁 차원을 넘어선다는 점을 뜻한다. 민생의 현장을 토대로 시대정신을 꿰뚫고 미래로 나아가는 후보와 정당이 승리한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이 처한 현실은 만만치 않다.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은 민생 경제를 흔들고 미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민생의 어려움은 내년 대선에서 여권 책임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보수 야당은 이준석 대표 체제라는 신형 엔진을 장착하면서 과거와는 달라진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진보 진영의 대선 지형은 늘 어려웠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각각 39만표와 57만 표 차이로 극적인 대선 드라마를 쓰면서 승리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촛불 혁명 속에서도 41%의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시대적 결집 없이는 진보 진영의 집권은 쉽지 않은 현실이다. 시대를 결집하는 동력은 결국 치열한 성찰에 의한 국민과의 공감, 구체적 정책 대안을 통한 미래의 희망으로 집약된다. 호남 민심은 진보 진영의 집권 과정에서 시대적 결집을 이끄는 촉매제 역할을 해 왔다. 이번 대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과연 어느 후보가 시대적 결집을 담을 역량을 보일 것인지가 호남 민심의 선택을 이끄는 관건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