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송 광주일보 발행인과 환담] 정세균 전 총리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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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송 광주일보 발행인과 환담] 정세균 전 총리에게 듣는다
“이념보다 실사구시 중요…개헌 통해 분열·갈등 치유해야 ”
코로나 백신 보급 문제 없어 이르면 가을까지 코로나 극복
4월 300만명, 6월까지 1200만명, 9월 3600만명 접종 가능
코로나 이후 시대정신은 ‘회복’
2021년 04월 29일(목) 19:52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광주일보 사옥에서 진행된 환담회에서 코로나19방역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총리 퇴임 이후 본격적인 대권 행보를 위한 호남 방문 과정에서 29일 광주일보를 찾아 김여송 광주일보 발행인과 환담을 했다.정 전 총리와 김 발행인은 코로나19와 정치, 경제분야 등 우리 사회 전반의 이슈를 두고 의견을 주고받았다. 환담 내용을 지면에 소개한다.

-어려운 시기 총리를 맡아 고생하셨다. 백신만 잘 공급되면 이제 잘 풀리지 않겠나?

▲코로나 백신은 상황이 반전될 것이다. 오늘(29일) 밤 자정이면 300만명이 접종을 하게 된다. 4월 말까지 목표로 세워둔 300만명 접종을 달성하게 되는 것이다. 6월 말이면, 1200만명이 접종하게 되고 9월 약속도 가능해질 것이다(전 국민 70%인 3600만명에 대한 1차 접종). 국민께선 어떻게 생각하실 줄 모르겠으나 백신이 남아 돌아갈까 봐 걱정도 된다. 혹시나 하고 과하게 계약했기 때문이다.

-백신 확보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백신 가격이 한두 푼이 아니다. 비밀로 분류돼 공개하기도 어렵다. 백신제조사들이 우위에 서서 일종의 갑질을 하면서 물량 확보는 물론 가격 협상도 쉽지 않았지만 국민께서 걱정하신 것과 달리 백신은 충분히 확보했다. 다만 백신제조사 모두 월별 납기가 아니라, 분기 납기로 계약을 하고 일정 부분 불확실성이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다.

-코로나 극복은 언제쯤 가능할까.

▲이르면 올가을, 늦으면 내년까지 코로나19 자체는 극복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코로나가 남기고 간 상처가 굉장히 깊고,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IMF와 지금 상황이 비슷하다. 기업 줄도산이 없는 것은 위기가 그때보다 약해서 그런 게 아니고, IMF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등을 대처한 경험이 쌓여있어 정부가 재정을 풀고 대출금과 이자의 상환을 유예하는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일부 기업은 아주 사정이 어렵고 자영업자, 소상공인 상황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어렵다.

-코로나 이후, 다음 시대 정신은 무엇이 될 것으로 보나.

▲다음 시대정신은 ‘회복’이 될 수밖에 없다. 무너진 우리의 일상의 회복, 우리 경제의 회복, 우리 정치와 국격의 회복이 절실해질 것이다. 전환기적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회복하기 위해선 준비된 일꾼이 필요하다. IMF 시절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는 ‘준비된 대통령’을 주창하셔서 당선됐고, 당선 이후엔 준비된 능력을 바탕으로 국민과 함께 위기를 극복하지 않았나. 차기 지도자 역시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실력을 갖춘 사람이 돼야 한다.

-정 총리는 준비된 일꾼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가.

▲김대중 대통령께서 저를 정치에 입문시켜 제가 국회의원이 됐고, 노무현 대통령은 산업부 장관을 시켜주셨다. 또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저를 총리로 기용했다. 세분의 대통령으로부터 발탁됐다. 제가 무능했다면 그분들께 인정받지 못했을 것이고, 기용되지도 못했을 것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29일 오후 광주시 동구 금남로 광주일보 사옥을 방문, 김여송 발행인과 환담을 하고 있다. 총리 퇴임 이후 대권 행보에 나선 정 전 총리는 지난 27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광주·전남을 찾았다. /최현배 기자choi@kwangju.co.kr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차기 대선 주자 지지율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우리 정치사를 돌아볼 때 대선을 1년가량 남겨둔 상황에서 지지율 1등이었던 분들이 당선된 전례가 없다. 고건 전 총리,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을 보라. 그분들도 한때 지지율 1등이지 않았나. 그런데 모두 당선은커녕 중도 포기하지 않았나. 지지율이라는 것은 결정적일 때 높아야 한다. 또한, 지지율만으로 정치가 되는 것도 아니지 않나.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거론되는 와중에, 국민의힘 내부에서 ‘적폐청산 수사 사죄’ 촉구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일각의 전망과 달리) 그분이 국민의힘으로 가서 대선후보가 되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그룹이 여전히 국민의힘에서 일정한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각각 추종세력이 있지 않은가. 그 세력들이 윤 전 총장을 쉽게 수용할까? 쉽지 않다. 지지율이 좀 나온다고 정치라는 게 그렇게 쉽게 되는 게 아니다.

-총리께선 정치권에서 여야를 떠나 인품과 능력 등 여러 방면에서 호평을 받는다. 사회 첫발도 기업에서 시작해 경제 이해도 높고 경쟁력 있는 분인데 지지도는 아쉬움이 있다. (정 전 총리는 쌍용그룹 상무이사 출신이다.)

▲나쁜남자 신드롬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제가 나쁜 일을 좀 해야 지지도가 올라가려나(웃음). 윤석열씨건,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해서건 공격하거나 비판한 적은 없다. 다만 언론에서 계속 물어보니까 만날 똑같은 이야기를 하기 그래서 살짝 다른 얘기 좀 하다보니 싸움을 하는 모양새가 됐다. 이를 두고 주변에선 원래 저의 (온화한) 모습을 지키는 게 좋겠다는 조언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반대 의견도 있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지 모르겠다.(웃음)

-국론 분열과 보혁 갈등이 심화하는 모습이다. 치유법은 무엇일까.

▲개헌을 해야 한다. 승자독식 말고 분권으로 가야 한다. 야당이든, 반대파든 설득해 함께 가야 한다. 나눌 것이 있으면 나눠야 한다. 참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반대 의견도 듣고 정책 등 의사결정 과정에서 최소한 20% 이상은 반영해야 한다. 대통령 권한도 국회와 나누고, 지방자치도 제대로 되도록 지방분권을 강화해야 한다. 제가 총리 재임 당시 매주 목요대화를 가졌다. 어떤 이슈를 두고 관계되는 분을 모셔 의견을 듣는 자리다. 총 41차례의 목요대화를 가졌다. 듣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념보다 실사구시가 중요해졌다. 지금 청년세대들이 그렇다. 옛날 우리시대 가치관과 다르다. 이념보다 이해관계를 우선시한다.

-총리 재임 시 광주군공항 이전 문제를 풀기 위해 범정부 협의체를 출범시켰는데.

▲군 공항 이전은 ‘군 공항 이전 특별법’에 따라 기부대양여 방식으로, 정부 주도가 아닌 지자체 주도로 하게 돼 있다. 2014년 시작된 사업이 표류하고 있고, 이용섭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께서 정부가 함께하자고 건의해와 협의체가 꾸려졌다. 마침표를 찍고 나오지 못했지만,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다. 광주가 조금 더 이익을 보거나 손해를 보면 어떤가, 전남이 이익을 좀 더 보거나 손해를 좀 더 보면 어떤가. 광주와 전남은 한뿌리, 형제간이다. 이 사업이 시작한 지 몇 년이 흘렀는가. 어떤 결정이 지역에 이익이 될 것인지 고민해주셨으면 좋겠다. 광주와 전남이 양보와 타협을 하면 정부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호남 출신의 정 전 총리는 이번 광주·전남 방문 과정에서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를 첫 일정으로 한 뒤, 화순 백신특구(박셀바이오) 기업 방문, 광주대 특강, 광주 시내 걷기(민심 탐방), 언론 인터뷰 등 일정을 소화했다.

/정리=김형호 기자 kh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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