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 뱃속서 플라스틱 물병 ‘충격’…해양쓰레기의 ‘역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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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 뱃속서 플라스틱 물병 ‘충격’…해양쓰레기의 ‘역습’
목포 수산시장서 구입한 아귀 손질 중 나와…SNS에 영상 올려 일파만파
생선 뱃속서 라면스프 봉지도…우리가 버린 쓰레기 돌고 돌아 식탁으로
전남 5년간 해양쓰레기 13만여톤 수거…무단투기 단속·처벌 강화해야
2021년 04월 25일(일) 19:08
아귀 손질 과정에서 발견한 플라스틱 병. 홍동우씨가 제공한 영상 캡처.
바다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돌고 돌아 우리 밥상에까지 올라왔다. 바다 생태계를 위협하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광주·전남 지역도 결코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적극적 대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급증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의 해양 유입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와 기업 등 사회구성원들의 감축 노력도 시급하다.

청년사업가 홍동우(35)씨는 최근 부인이 접한 상황을 담은 영상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홍씨 영상은 목포 청호수산시장에서 구입한 아귀 여러 마리를 손질하던 중 한 마리 배 속에서 갑자기 500㎖ 플라스틱 병이 튀어나오는 13초 분량의 영상으로, 온라인 상에서 누리꾼들의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홍씨는 광주일보와의 전화에서 “장모님이 아귀탕을 하기 위해 새벽시장에서 아귀를 사와 손질하는데, 배 속에서 플라스틱 병이 나왔고 내장도 다 썩어 버려야 했다”고 말했다. 영상에는 플라스틱 물병이 내장 속에 엉켜 있는 장면이 담겨 있어 바다 생태계가 플라스틱 쓰레기로 위협받고 있는 충격적 현실을 고스린하 드러낸다. 홍씨는 “예전에도 생선구이용으로 구입한 생선 뱃 속에서 라면스프 봉지 등이 발견된 적이 있다”고 전했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바다 공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매년 급증세다.

제주대와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 등은 지난 2019년 12월 한림읍 비양도 인근에서 죽은 채 발견된 새끼 참고래를 부검한 결과, 체내에서 낚싯줄이 발견됐고 소화기관에서 해양 부표에서 떨어져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스티로폼, 먹이를 걸러내는 수염에서는 초록색 나일론 재질의 끈들을 확인한 바 있다.

해양수산부도 지난 3월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수거한 해양 쓰레기의 83%가 플라스틱인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경우 음료수병이나 뚜껑(26.2%)이 가장 많았고 스티로폼 부표 등 발포형 플라스틱(20.7%), 어업용 밧줄등 섬유형 플라스틱(17.1%), 비닐봉투 등 필름형 플라스틱(11.8%) 등의 순이었다.

전국 수산물의 57%를 생산하는 전남 바다 상황도 다르지 않다. 전남도가 최근 5년 간 치운 해양쓰레기 양도 13만 7818t에 달한다.

바다를 접하고 있는 전남지역 16개 시·군에서 건져 올린 해양쓰레기는 1만 2514t(2016년)→1만 9657t(2017년)→3만 2618t(2018년)→3만 1704t(2019년)→4만 1325t(2020년)으로 급증하고 있다.

처리 비용도 매년 늘어나는 상황이다. 전남도는 올해 해양쓰레기 정화사업 예산으로 141억원을 편성했다. 지난 2017년 36억 6000만원에서 견줘 3.85배 늘었지만 워낙 많이 유입되는 상황이다보니 역부족이다.

환경단체들은 쓰레기 해양 유입, 발생 경로를 파악해 원천 차단하는 한편, 해양쓰레기 무단 투기에 대한 단속·처벌 강화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목포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무심코 바다에 던진 플라스틱은 우리 건강을 해치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돌아오고 있다. 플라스틱은 코로나 시대에 사용량이 늘면서 정부의 강력한 규제가 시급하다”면서 “특히 플라스틱을 만들어 내는 기업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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