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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천하’
2021년 04월 23일(금) 00:00
올해 출범할 예정이었던 유럽축구 슈퍼 리그가 무산돼 ‘삼일천하’로 끝났다. 출범 소식이 전해진 이후 가입을 약속했던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집단 탈퇴가 이어졌고, 참가를 약속한 12팀 중 바르셀로나·레알 마드리드·유벤투스만 남았다. 이와 관련 BBC는 “슈퍼 리그 출범부터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집단 탈퇴까지 걸린 3일은 뱃속에서 햄버거가 소화되는 시간보다 더 짧았다”고 조롱했다.

슈퍼 리그는 당초 15개 팀으로 창립한 뒤 해마다 5개 팀을 더해 총 20개 팀으로 시즌을 치른다는 구상이었다. 스페인에선 레알마드리드·바르셀로나·아틀레티코마드리드가, 잉글랜드에선 맨체스터유나이티드·리버풀·맨체스터시티·첼시·아스널·토트넘이 이름을 올렸다. 이탈리아에서는 유벤투스·AC밀란·인터밀란이 함께하기로 했다.

여기에 독일의 뮌헨과 도르트문트 및 프랑스의 파리생제르맹 등 세 팀을 더해 창립 멤버 15개 팀은 영구히 출전을 보장받았다. 이들 빅클럽들은 최근 수익 감소로 구단 운영이 어려워지자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의 46억 파운드(약 7조1천185억 원) 투자를 끌어들여 야심차게 출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팬들은 ‘돈에 구단을 판 행위’라며 맹비난에 나섰고 각국 축구협회도 반발했다. 게다가 ‘슈퍼 리그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월드컵에 참가할 수 없다’는 FIFA의 경고가 이어졌다. 손흥민의 카타르 월드컵 출전 불가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이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영국 정치권에서 세무조사 강화 움직임을 보이자 구단들은 결국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많은 축구 팬들이 우려하는 것은 슈퍼리그 출범이 기존 축구 시스템을 파괴한다는 데 있다. 기존 유럽 축구는 동네축구 팀도 최고의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열린 체제’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8부 리그 팀에서 치료용 부목을 만들며 축구하던 제이미 바디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드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가능했던 것도 이 ‘승강 시스템’ 덕분이었다.

슈퍼 리그에 대한 구단주들의 탐욕은 결국 거센 반발에 부딪혀 좌절됐다. 작은 구단 없이 큰 구단이 존재할 수 없으며, 팬 없이는 축구도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사건이었다. /유제관 편집1부장 jk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