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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맛 - 정명섭 지음
2021년 02월 27일(토) 20:00
대한제국 시절 고종이 즐겨 마시던 커피가 오늘날 한국인의 ‘습관’이 된 이유는 전기밥솥이 가정마다 보급됐기 때문이다. 또, 마니아들 사이에서 정통 논쟁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냉면 육수의 맛은 평양에서 한국전쟁을 통해 한강 이남까지 퍼진 것이 아니라 사실은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화학조미료 회사의 마케팅 전략에 의해 감칠맛이 스며든 결과다. 분식집의 대표 메뉴인 김밥은 보름음식인 김 복쌈인지 아니면 일본에서 건너온 노리마키인지 그 기원이 불문명하다.

짜장면, 설탕에서 김밥, 카레, 커피, 조미료, 돈까스, 팥빙수, 단팥빵까지 한국사를 바꾼 아홉 가지 음식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 ‘한국인의 맛’은 문화사, 생활사적 성격을 갖는 각 음식이 한반도로 유입돼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과정을 풀어낸다.

소설가이자 바리스타인 저자 정명섭은 ‘명탐정의 탄생’, ‘무너진 아파트의 아이들’, ‘38년, 왜란과 호란 사이’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펴냈고 현재 한국 미스터리작가모임과 무경계 작가단에서 활동 중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저자가 2017년 쓴 ‘별세계 사건부’의 주인공 ‘경성 셜록’ 류경호 기자가 이 책에도 등장한다는 점이다. 류 기자는 인천항의 음침한 뒷골목부터 군산의 일본인 거리까지 조선 전역을 뛰어다니면서 한국인의 입맛이 바뀌어가는 백 년의 역사를 탐문하는데, 책에는 이 과정이 흥미진진한 추리소설처럼 담겼다.

저자는 “우리가 전통이라고 알고 있는 입맛은 사실 근대 이후에 길들여진 결과다”며 “역사를 상징하는 음식 문화는 언제 비롯되었느냐는 기원이 아니라 지금 누가 누리고 있는지에 따라 정체성이 규정된다”고 전한다.

<추수밭·1만6000원>

/전은재 기자 ej6621@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