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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에서 호남 단체장까지 사찰했다니
2021년 02월 22일(월) 05:00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호남 지역 광역·기초 자치단체장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고 조직적인 불법 사찰을 했던 것으로 확인돼 파문이 일고 있다. 국정원은 또 사찰에만 그치지 않고 국정 운영에 비협조적인 지자체에는 재정상 불이익을 주도록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의당 배진교 의원은 엊그제 자신의 인천 남동구청장 시절 사찰 관련 자료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국정원으로부터 확보한 문건 원본을 공개했다. 이명박 정부 4년차인 2011년 9월 15일 작성된 ‘야권 지자체장의 국정운영 저해 실태 및 고려 사항’이라는 제목의 문건이다.

이에 따르면 사찰 대상은 광역 지자체장과 8명과 기초 지자체장 23명이었다. 여기에는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남도지사였던 김두관 국회의원, 인천시장이었던 송영길 국회의원 등 여권의 차기 대권 주자와 당권 주자들도 포함됐다. 호남권에서는 강운태 전 광주시장과 최영호 전 남구청장, 민형배 전 광산구청장, 박병종 전 고흥군수, 강완묵 전 임실군수가 사찰 대상이었다.

당시 국정원은 야권 단체장들이 “국익과 지역 발전보다는 당리당략·이념을 우선시하며 국정 기조에 역행하고 있다”거나 “4대강 사업 저지를 정부 정책 흔들기의 핵심 방편으로 삼고 있다”며 이들의 행보 차단을 위한 계획을 각 정부 부처에 할당하기도 했다. 특히 행정안전부에는 교부세 감액과 지방채 발행 중단 등을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의혹으로만 떠돌던 이명박 정부 당시 호남 지역 단체장들에 대한 사찰 문건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매우 충격적이다. 게다가 2011년 말 당시 이명박 정부의 광주·전남 공약 이행률이 극히 저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찰 결과가 ‘호남 차별’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국정원의 사찰은 국회의원과 문화계 인사 등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제 여야는 불법 사찰을 정쟁의 수단으로만 삼을 게 아니라 이 기회에 발본색원할 수 있도록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