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수해 입은 유골 ‘사골곰탕’ 비하, 무혐의·회식자리서 강제추행한 상급자, 불기소…이해되십니까
법 감정과 거리 먼 수사기관의 결정
1.
“피해자 특정 안됐고 추상적 표현”
광주경찰, 모욕죄 6명 사건 종결
지역민 “국민 법 감정과 괴리” 지적
2.
검찰 “증거 불충분·추행 의도 없어”
민변·여성단체, 광주지검 앞 시위
2021년 01월 26일(화) 21:35
26일 오전 광주지방검찰청 앞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광주전남지부와 광주지역 여성단체가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성추행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와 여성단체가 전남대 산학협력단 성추행 사건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 항고를 제기했다. 집중호우로 납골당에 안장했던 가족 유골이 떠내려가는 상황을 ‘사골곰탕’으로 표현하며 비하한 누리꾼들을 ‘무혐의’ 처분한 광주지방경찰청 수사에 대한 비판도 터져나오고 있다. 검찰과 경찰의 수사가 일반 국민의 보편적 법 감정과 눈 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법조문에만 얽매인 기계적 수사’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민 관심이 많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차이를 좁히기 위한 소통 행보가 미흡한 만큼 자칫 ‘딴 세상에 살고 있는 그들만의 수사’ 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시민들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데 함부로 수사종결권 줘야하나”=지난해 여름 집중호우 때 떠내려가는 침수 피해를 입은 납골당 유골을 ‘사골곰탕’ 등으로 비하한 누리꾼들을 모욕죄로 수사하다 무혐의 처분한 광주경찰청에 대한 비판도 잇따르고 있다.

인터넷 등에서는 경찰의 수사와 관련, “상식적이지 못한 경찰이 넘쳐난다”, “법을 적용할 줄 모르는데 함부로 수사종결권을 주면 저렇게 풀려난다”는 식의 비판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26일 광주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8월 31일 폭우로 침수된 광주시 북구 ‘새로나 추모관’ 과 관련, 고인과 유가족 등을 조롱·비하하는 글을 올린 6명의 고소사건에 대한 수사를 최근 종결했다. 경찰은 모욕죄 성립이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자체 종결했다.

인터넷에 공공연하게 ‘사골곰탕’ 등의 글을 올린 점 외에 유골함이나 유족을 특정하지 않아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았고 추상적인 표현을 써 유가족들의 사회적 가치를 하락시켰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자신의 가족이 담긴 유골함을 ‘사골 곰탕’ 등으로 표현한 게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만하다.

경찰 관계자는 “법적인 요건이 충족되지 않아 자체 종결했다”며 “사회적으로 비판은 가능하지만 형사적으로 처벌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 수사결과를 전해들은 유가족 등은 분노하고 있다. 한 유가족은 “한글을 깨우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글 자체가 사회적으로 유가족과 고인을 모욕했다는 점을 알 수 있지 않냐”고 울분을 토로했다. 인터넷에서도 “무혐의…어이상실”, “힘을 주면 뭐하나. 실력이 없는데…”, “이게 경찰의 한계”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지난해 8월 담양에서 폭우로 희생된 8살 아이를 ‘오뎅탕 맛집’, ‘새끼홍어’라고 모욕한 혐의를 받는 2명에 대해서는 모욕죄를 적용한 것과도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역민 관심이 많은 사건을 수사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국민과의 인식 차이를 좁히기 위한 노력이 없다보니 불필요한 오해를 사 경찰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검찰, 성인지감수성 있나”=민주사회를 위한변호사모임(민변) 광주전남지부는 26일 지역 여성단체들과 전남대 산학협력단 강제추행사건과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검찰의 수사를 비판했다.

앞서 광주지검은 지난 2019년 12월 회식 자리에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한 혐의(강제추행 등)로 고소된 전남대 산학협력단 A씨를 최근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민변 등은 “검찰의 판단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라며 “검찰의 성인지감수성을 의심해볼 대목”이라고 비판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놓인 ‘전후 맥락’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성희롱 관련 소송을 심리할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민변 등은 이번 사건과 관련, 검찰이 ‘피해자다움’을 전제로 깔고 판단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피해자가 노래방 회식 자리에서 피의자를 기다리며 악수를 했고 당시 직원들이 서로 어울리면서 춤추는 등 분위기 등을 들어 ‘추행 의도’를 판단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불기소 결정 이유로 든 피해자가 직접 불쾌함을 표시한 사실이 없다는 점도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의 특성을 간과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학협력단에서 세번째로 높은 지위에 있는 상급자로 직접 불쾌감을 표시하기 어려워 동료에게 제지해줄 것을 부탁했고 추행 즉시 나가 화내고 울기도 했는데도 피해자 입장에서 판단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민변 측은 “피해자가 성적 자유를 침해당했을 때 느끼는 성적 수치심은 분노, 공포, 무기력, 모욕감 등 다양한 행태로 나타난다”면서 “검찰은 ‘일반인의 성적 수치심’이라는 왜곡된 기준을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글·사진=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