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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치를 꼭 치료해야 하나요?
2021년 01월 14일(목) 06:00
박정회 화순 닥터박플란트치과 원장
“충치를 꼭 치료해야 하나요?” 건강 검진을 하러 오신 분들이면 열이면 아홉은 하는 질문이다. 검진을 받은 그 병원을 못 믿는다기보다 다른 전문가의 의견도 들어 보고 확인한다는 의미이니, 치아 하나하나 사진을 찍어서 보여 주며 치료가 필요한지 여부를 말씀 드린다.

흔히 충치라 부르는 병은 입안에 있는 수백 가지 세균 중에 충치를 일으키는 몇 종류의 세균이 뿜어내는 산에 의해 치아가 오랜 시간 부식될 때 발생한다. 치아 겉 표면의 세균은 물리적인 세정 즉 칫솔질로 제거될 수 있는데 칫솔질이 잘 되지 않는 치아의 미세한 고랑이나 치아끼리 맞닿는 부분은 꼼꼼한 칫솔질이 되지 않으면, 그곳에 붙어있는 세균이 음식물을 소화시켜 산을 뿜어내고 그 산이 치아를 부식시킬 만큼 오랫동안 남아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곳부터 충치가 시작된다.

치아는 법랑질이라 부르는 겉 표면이 무기질로만 이뤄져 있어 인체의 모든 기관 중 가장 단단하고 부식에도 강한데, 그런 법랑질을 부식시켜 뚫고 치아 내부로 들어온 세균은 법랑질에 비해 강도가 약한 상아질을 매우 빠르게 부식시키기 때문에 뚫고 들어온 구멍보다 훨씬 큰 구멍을 단기간에 상아질 내에 만들어 낸다.

세균이 치아 내부에 처음 들어가기가 어렵지 들어간 후에는 순식간에 내부에 큰 구멍이 생긴다는 이야기다. 겉으로 보기에 멀쩡하던 치아가 갑자기 큰 구멍이 생겨서 치과를 찾는 예가 이런 경우이다. 게다가 법랑질이나 상아질의 외곽 층에는 신경 분포가 되어 있지 않아서 그 정도 들어갈 때까지는 환자가 느낄 수 있는 증상도 없기 때문에 증상이 생겨서 오면 이미 보존적 치료를 할 시기를 지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모든 충치는 치료해야 할까? 필자는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치료 여부는 환자 나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영구치는 만 6세~12세에 순차적으로 올라오며 다 올라온 후에도 완전히 성숙되는 데는 몇 년이 더 필요하다. 입안으로 막 올라온 치아는 법랑질의 무기질화가 아직 덜 끝난 상태라서 부식 즉 충치에 매우 취약하다. 치아의 맹출 시기와 성숙 시기 즉 청소년기까지는 아무리 작아 보여도 확인되는 대로 충치 치료를 해 줘야 한다. 국가에서도 이 시기 충치 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3년 전부터 만 12세까지는 기존에 비보험 재료였던 광중합 복합 레진을 사용한 충치 치료를 건강보험화해서 환자 부담을 덜어 주고 있다. 물론 홈 메우기와 같이 만 18세까지 확대되면 좋겠지만 차차 시간을 두고 해결될 문제라고 생각된다.

그 이후에는 충치의 위치와 크기, 깊이 등을 고려하게 된다. 씹는 면 미세 고랑에 짙은 색의 선처럼 보이는 초기 충치는 엑스레이 사진을 통해 깊이를 가늠해 극히 표면에만 존재한다고 판단되면 이를 치료하기 위해 삭제해야 하는 법랑질의 가치를 비교해 치료보다는 칫솔질을 통한 관리로 더 이상 진행되지 않게 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추적 관찰을 하는 것이 유리할 때가 많다. 물론 관찰 결과 깊게 진행됐거나 와(고랑보다 큰 구덩이 형태)를 형성하게 되면 가능한 단단한 재료로 보존적인 수복을 해 주면 된다.

치아끼리 맞닿는 부분의 충치는 일단 발생하면 천천히 계속 진행되기 때문에 확인되면 치료를 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런 곳의 충치 치료는 대부분 부분적인 본을 떠서 금이나 세라믹 등으로 삭제된 부분을 만들어 붙이게 되는 인레이라는 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비용이 많이 들고, 어느 정도 치아의 삭제도 불가피하므로 진행되는 속도와 환자마다 다른 구강 관리 상태를 고려하게 된다.

같은 크기의 충치라도 20~30대 환자의 충치와 60~70대 환자의 충치는 치료의 필요성이 달라지게 된다. 그 기준은 치과의사의 경험치와 충치에 대한 이해·개념이 모두 달라 치과마다 다르겠지만 충치는 무조건 치료해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입안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질환인 충치와 치주 질환 역시 결국 세균이 일으킨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세균을 관리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기계적인 세정 즉 칫솔질을 꼼꼼하게 하는 것 이상의 방법은 없다. 요즈음은 유익하거나 무해한 세균을 키워 상대적으로 유해한 몇 종류 세균의 총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프로바이오틱스 개념의 보조제들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정기적인 치과 방문, 스케일링, 꼼꼼한 칫솔질이 우선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