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무소유와 ‘풀소유’
2020년 11월 23일(월) 05:00
소설가 정찬주가 쓴 ‘법정 스님의 뒷모습’(2018)은 재가 제자로서 스님과의 인연을 담은 산문집이다. 작가는 평소 법문과 일치했던 스님의 삶 자체가 가르침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한번은 스님께서 국수를 끓이시고 설거지 당번을 맡았을 때다. 삶은 국수를 불일암 우물가로 가져가 찬물에 헹구어 식히던 중에, 꼬들꼬들해진 국수 몇 가닥이 우물 밖으로 넘쳐흐르는 물에 떨어졌다. 순간 스님께서 망설임 없이 국숫발을 주워 드시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진정한 수행자란 상담이나 해 주는 카운슬러가 아니라 설명 없이 행동으로 가르침을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물가에 떨어진 국숫발은 ‘신도가 수행 잘하라고 보내 준 정재(淨財·맑은 재물)’였던 것이다.

입적 후 치러진 스님의 장례식은 아직도 일반인들의 기억 속에 강렬히 남아 있다. 대부분 고승들이 꽃을 장식한 운구차에 몸을 실은 데 비해 스님을 덮은 것은 오로지 가사 한 장뿐이었다. 스님의 유언인 ‘무소유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장면이다. 사람의 뒷모습에는 감출 수 없는 표정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보면 그것이야말로 사람의 본래 모습일 것이다.

최근 남산타워가 보이는 자택을 공개한 뒤로 ‘풀(full) 소유’ 논란에 휩싸였던 혜민 스님이 참회의 뜻을 밝히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 시민권자로 프린스턴대 종교학 박사 등 여느 스님들과는 다른 이력과 배경은 작금의 ‘풀소유’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2012년 발간한 명상 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대중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만큼 사람들의 실망 또한 적지 않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님 또한 소유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터. 그래도 본질은 소유와 종교라는 부분에 대한 균형 잡힌 성찰이 아닐까. 더욱이 지금은 정부의 잇단 대책에도 불구하고 전세난과 아파트 폭등으로 많은 서민들이 허탈감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불현듯 진정한 무소유의 의미를 설파했던 법정 스님의 말이 떠오른다. “아무것도 가지지 않을 때 비로소 온 세상을 갖게 된다. 무소유는 단순히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