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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장발장’
2020년 10월 26일(월) 05:10
‘레 미제라블’은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1802~1885)가 1862년에 발표한 세기의 명작이다. 한 인간의 가혹한 운명을 모티브로 역사·철학·종교 등 묵직한 주제를 다뤘으며 그동안 영화나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로 창작됐다. 죄와 용서, 사랑과 우정, 사회적 부조리와 인간애 등 소설에 담긴 사유와 가치는 시대를 초월해 감동을 준다.

가난한 노동자였던 장발장은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을 감옥에 갇혀 지냈다. 형기를 마치고 출소하지만 전과자라는 낙인 탓에 변변한 일자리 하나 얻지 못한 채, 싸늘한 냉대 속에 살아간다. 어느 날 한 소년이 흘린 은전이 발 앞으로 굴러오는 것을 보고는 본능적으로 밟는다. 중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있던 장발장은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고받는다.

세계의 명작은 시대와 지역을 넘어 통용되는 이야기와 주제를 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얼마 전 ‘코로나 장발장’ 사연이 보도돼, 많은 이들이 안타까워했다. 코로나 확산으로 생활고를 겪던 40대가 달걀 한 판을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던 것이다. 오랫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남자는 예전 고시원에서 사 먹었던 구운 달걀이 생각났고,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절도를 했다.

달걀을 훔친 남자는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을 견디지 못해 가출을 한 사연이 있다. 이전의 절도 기록을 보면 고물상 손수레, 중고 냉장고 등 단순히 배고픔을 면하기 위한 ‘생계형’이 대부분이었다. 한 외신기자는 SNS에 ‘세계 최대 포르노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와 동일한 형량’이라는 글을 올려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레 미제라블’은 ‘불쌍한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코로나 블루, 코로나 해고, 코로나 장발장 등…. 올해는 코로나 여파로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부터 무참히 끊어지면서 ‘비참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더욱이 언택트, 비접촉이라는 시대 조류 탓에 도움의 손길마저 차단된 상태다. 범죄에 대한 죗값을 치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어떠한 법도 인간의 존엄보다 우선할 수 없다. 코로나 장발장은 먼 얘기가 아닌, 바로 우리 이웃의 모습이다.

/ 박성천 문화부 부장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