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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기 전 ‘부모 교육’부터
2020년 10월 23일(금) 00:00
김 수 지 전남서부권 아동보호 전문기관 치료실장
필자는 심리 상담과 치료 업무를 진행하면서 자녀를 학대한 다양한 부모를 만났다. “자식 키우면서 한 대도 안 때리고 키운 부모가 어디 있나? 자식이 나쁜 길로 빠지는데 다리몽둥이를 부러트려서라도 바른 길로 가게 잡아 주는 것이 부모 역할 아니냐?”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보게 된다.

2014년 아동 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시행되었으나 학대 행위자인 부모뿐 아니라 많은 시민들은 아동 학대와 올바른 부모 역할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다. 보건복지부 ‘2018년 아동 종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아동 체벌에 대한 국민 의식 조사에서 ‘필요하다’는 의견이 76.8%(상황에 따라 필요 68.3%, 필요 6.5%, 매우 필요 2.0%), ‘필요 없다’가 23.2%(필요 없음 18.2%, 전혀 필요 없음 5.0%)로 보고돼 우리나라 국민의 아동 학대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필자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근무하면서 다양한 학대 행위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중 아동의 친부모인 학대 행위자의 대부분은 자녀의 문제 행동을 열거하며 아동 학대를 정당화하고 억울해한다. 자녀를 잘 양육하고 싶었기 때문에 학대 행위를 한 것이라고 변명한다. 아동 학대 행위자 유형을 살펴보았을 때 친부모가 56%로 가장 많았다. 부모에 의한 아동 학대가 가장 많은 이유가 무엇일까? 아동을 학대한 부모도 다른 부모와 같이 자녀가 잘 되길 바라고 잘 키우고 싶어 한다.

하지만 어떤 방법으로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법인 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부모가 되기 전, 부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초등교육부터 사회인이 되기까지 공부하란 말을 귀가 아프게 들었지만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지 않는 이상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채 부모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좋은 부모’에 대한 지식이 없이 아동 발달 단계 특성 및 부모 역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자녀를 양육하게 될 경우, 왜곡된 부모의 모습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되거나 부모 역할에 대한 시행착오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자녀와 갈등 관계를 유발하기도 하고 학대 행위가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문제가 부적절한 양육 방법을 가진 부모만의 문제일까?

부모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안전하면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보호자 역할을 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녀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올바른 양육 태도를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모가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올바른 양육 태도를 습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자녀 계획을 가진 예비부부를 대상으로 아동의 전반적 발달 단계 및 부모가 지녀야 할 올바른 양육 태도에 관한 예비 부모 교육을 지방자치단체와 교육청 등이 좀 더 활발하게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한 요즘과 같이 코로나 감염증 장기화로 집합 교육 참석이 어렵거나 직장 생활로 시간 활용에 제약이 있는 경우 온라인 교육 활성화를 통해 예비 부모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여건 마련도 필요하다.

더불어 청소년들의 필수 교과 과정에 예비 부모 교육을 포함시켜 단계별 다양한 양육 체험 경험으로 좋은 부모, 행복한 부모가 될 수 있는 준비를 할 기회가 활발히 제공되었으면 한다.

세상에 태어난 모든 아동에게는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모든 예비 부모에게도 부모 교육을 받을 기회가 충분히 주어져 준비된 부모로서 아동을 양육했으면 한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모든 아동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길 기대한다.